문재인 대통령의 숙원(宿願) 사업인 '국가보안법 폐지'가 20일 코앞으로 들이닥친 모양새다. 바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에 의해 10만 명의 입법 청원 조건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은 이미 4년 전부터 예고됐던 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직전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에 대해 "지난 2004년 의견이 모아졌는데,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제7조(찬양·고무)'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의 발언대로, 국가보안법은 이미 풍전등화의 신세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2104605)'이 국회 법사위에 회부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함께 이름을 올린 이들은 민주당의 김용민·김철민·신정훈·윤영덕·김남국·이동주·이성만·이수진(비)·장경태·조오섭·최혜영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 양정숙·김홍걸 의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원인은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라는 명목을 내세워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 청원을 내놨다.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로, 국가내란음모의 피의자로 실형을 살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前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정치적 자유'를 강조했다. 현 집권여당에서 청원인까지 공통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치적 자유'에 대한 명분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청원인의 청원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은 양심의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통진당 이석기 前 의원을 거론하며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표현의 자유·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인데다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고 민족 화해와 평화통일을 역행하는 제도'라는 것.
그들의 따르면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와 정통성을 뭉개려고 하는 '반(反)국가단체'에 대한 찬양을 '정치적 자유'라는 셈이다.
이들의 입법청원과 현 집권여당의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민국의 실체적 위협이자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행위를 두눈 뜨고 봐야할 수도 있다. 실례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北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찬양하는 집회가 있더라도, 합법화된다는 것.
이미 현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를 지킬 최후의 구현 수단이나 마찬가지인 '대공수사권'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국가내란 및 군사반란, 기밀·부정사용죄와 국가보안법 상 변란 등의 범죄를 수사하는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은 경찰로 이관 중이다. 그동안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에서 반(半)합법·비(比)합법 조직을 통한 국내외 탐지·식별·추적을 해오며 북한 배후의 대남공작을 방어했었지만, 행안부 산하 국내 치안전담 합법조직인 경찰로 범위가 좁혀지면서 '방어적 민주주의의 자진 해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국가안전기획부 대북조사단장 등을 역임한 국정원 전 고위 간부는 지난 2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통해 국내에 전개된 북한의 대남공작을 탐지해 왔다. 우리는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대공 위협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듯 하다"라고 언급했었다.
앞서 지난 2018년 1월14일, 당시 문재인 청와대 첫 민정수석로 재직하던 조국 前 법무부장관은 “국정원이 국내 및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수사권 이관 추진 3년 만에 대공수사의 직결법인 국가보안법은 결국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한편, 국회는 입법 청원 요건으로 '10만 명' 조건을 충족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오는 20일 국회 법사위에 회부될 예정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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