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도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38년 동안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들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중대한 담합(경성 담합)에 대해선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기소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두 기관이 모두 기업을 겨냥한 칼을 들게 되면서 기업활동 위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격 담합, 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에 대해선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리니언시 제도(자진 신고자에 대한 처분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공동 운영하기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고발권을 독점한 공정위가 ‘대기업 봐주기’를 한다는 의혹을 씻기 위해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는 검찰이 담합 사건 수사권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찰이 개입할 수 있는 ‘중대한 담합’의 경계가 모호해 검찰이 언제든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담합 사건 157건 중 156건이 중대한 담합 사건이었다.

합의안 자체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 권고안보다 검찰 쪽 주장이 비중있게 담겼다.

기업들은 ‘기업을 겨냥하는 조사기관이 2곳으로 늘어난 만큼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영상황이 비교적 투명한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클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공정위에 접수되는 불공정 거래 신고의 8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 관련 신고다.

한편 야당은 “우리와는 전혀 합의가 없었다”며 법 개정의 난항을 예고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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