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유세 등을 이유로 지난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예정된 세 개의 재판 중 두 개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이 대표는 18일 열린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는 출석했지만, 19일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에는 불출석했다. 22일 열린 선거법 재판에도 마찬가지로 무단불출석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같은 이 대표의 태도를 두고 ‘재판 농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이처럼 재판을 우습게 보는 상황은 ‘법원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이 대표의 불출석에 외견상 엄하게 꾸짖는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의 요구를 다 수용하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당초 총선 전에 유죄판결이 날 가능성이 유력했던 위증교사 혐의 재판도 총선 이후로 연기됐다. 위증교사혐의는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볼 수 있다.

‘재판 농단’은 재판부의 자업자득?...이 대표 측 요청대로 주요 재판들 총선 이후로 연기돼

현재 총선까지 남은 이 대표의 재판은 대장동 재판이 유일하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총선 전인 다음달 8일로 잡으려 했지만 4월 22일로 미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부도 총선 후인 다음달 12일을 기일로 지정했다. 모두 이 대표 측의 요청대로 총선 이후로 재판이 미뤄진 것이다.

이런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가 26일 열리는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에는 출석했다. 이 대표는 26일 오전 유세 활동후 법원에 출석했다. 유세를 핑계로 정시보다 조금 늦게 출석한 것이다.재판보다 총선이 먼저라는 이 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총선을 앞둔 이재명의 ‘재판 농단’은 지난 12일부터 시작돼

4‧10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재판 농단은 지난 12일 대장동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12일 오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같은 시간대에 열린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를 비롯해 검찰과 변호인,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모두 시간에 맞춰 법정에 출석했지만, 이 대표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 변호인은 전날 두 일정이 겹치는 점을 고려해 '공판 개정 시간 변경 신청'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예정대로 개정했다.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자, 재판부는 오전 재판을 휴정하고 오후에 속행했다.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형사재판에 불출석한 것은 지난 12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참석 등을 사유로 개정한 재판에 두 차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7분가량 지각한 일도 있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3개 재판부에서 동시 재판을 받는 이 대표는 총선 일정을 이유로 세 사건의 재판부에 기일을 미루거나 불출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재판부는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대장동 재판을 제외한 위증교사 재판과 공직선거법 재판은 총선 이후로 재판 일정이 연기됐다.

대장동 사건 재판만 ‘원칙 대응’,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경고...이 대표 측은 ‘검찰 기획’이라고 엉뚱한 주장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반면 대장동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재판장)만 이 대표에게 강경한 입장이다. 형사합의33부는 19일 재판에 이 대표가 불출석하자 26일로 재판을 잡으면서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구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불기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반드시 재판에 출석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재판기일은 재판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고, 이 대표는 기일이 지정되면 출석해야 한다”라며 “선거 기간에 국회가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그때 강제 소환도 고려할 수 있으니 되도록 출석해달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재명 피고인은 총선 출마 후보자이기도 하지만 제1야당 대표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선거가 가진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이재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재판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재판부의 ‘강제 소환’ 입장에 이 대표는 “이게 국민의힘이 바라는 바이고, 정치 검찰이 기획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사로서 무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정치 검찰’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발언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의 ‘강제 소환’ 발언이 나온 19일 채널A에 출연한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강제 구인장은 법원이 발부를 해야 하는데, 검찰이 기획했다면 검찰이 법원을 좌지우지 한다는 얘기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 주장”이라고 직격했다.

형사합의 33부의 이중적 대응, 시급한 위증교사 재판은 ‘연기’하고 장기전인 대장동 재판은 ‘진행’

이 대표 측이 26일 재판 출석을 함으로써, 강제 구인장은 엄포로 끝났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재판을 우습게 아는 상황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26일에도 유세 활동을 핑계로 정시 출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재판이고, 범죄를 단죄하는 것”이라며 “판사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빌미로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이 대표 측 요청은, 정치판사가 돼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과 대장동 사건을 동시에 심리하고 있는 형사합의33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재판에서 공범인 김진성 씨는 혐의를 다시금 전부 인정했다. 이에 대해 정혁진 변호사는 지난 19일 펜앤드마이크 유튜브에서 “이 대표가 총선 전까지 재판 출석을 최소화해야겠다는 전략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혐의가 다 드러나게 됐으므로, 재판에 나가면 또 기사화되기 때문에 이를 우려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이 대표의 전략에 맞추어 재판부도 다음 기일을 총선 이후인 4월 22일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아직도 재판 일정이 한참 진행되어야 하는 대장동 재판에 대해서만 ‘강제 소환’을 운운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라는 비판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검찰 프레임’을 우려한 검찰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강제 소환’ 발언은 불출석이 잦은 이 대표를 향한 ‘엄포성’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정혁진 변호사는 이 대표의 ‘사법 농단’에 대해 “법원이 제대로 된 판단에 의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 총선이 이렇게 혼탁해졌겠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재판부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