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크라스노고르스크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14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모습. 전날 이 공연장에서는 무차별 총격·방화 테러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4.3.24. [사진=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모습. 전날 이 공연장에서는 무차별 총격·방화 테러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4.3.24. [사진=연합뉴스]

이에 앞서 22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난입한 최소 4명의 무장 괴한들이 청중 7천여 명을 겨냥해 자동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 또 최소 두 차례 폭발물이 터져 화재도 발생했다. 주요 사인은 총상과 화재로 인한 유해 화학물질 중독이었다.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사건, 23일 현재 사망자만 93명~143명

금요일 밤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다수의 군중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기 때문에 중상자가 많아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보도이다. 러시아 조사위원회(ICRF)는 "현재까지 사망자는 93명이지만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현재 부상자 107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용의자들은 승용차 2대에 나눠타고 현장을 도주했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23일 성명을 통해 소방·구조인력 719명이 사건 현장에 투입돼 구조물 해체 및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며 "작업이 적어도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사망자 유족에게 300만루블(약 4천383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에게는 100만루블(1천461만원), 외래 치료를 받는 경상자에게는 50만루블(730만5천원)을 각각 지원한다.

최대 이슈는 테러 배후이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러시아는 전쟁중인 우크라이나가 사주한 테러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테러 목적이 돈이라는 러시아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발끈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자작극’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이같은 3가지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침입한 테러범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침입한 테러범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① 이슬람국가(IS) 연루설= IS는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미국은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에 의한 테러 가능성 언급

우선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수백명을 죽이거나 살해하고 해당 장소를 크게 파괴한 뒤 무사히 기지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당국자도 아프가니스탄에 본거지를 둔 이슬람국가-호라산(ISIS-K)이 이번 공격과 관련이 있다고 논평했다.

이에 앞서 22일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사전에 러시아측에 대형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었다고 보도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모스크바 테러 사건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을 포함해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공격 계획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러시아 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주의보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미 대사관의 경고가 이번 테러 공격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사관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포함해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모임을 대상으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검토 중”이라면서 러시아 내 미국인들에게 48시간 이내 대피를 권고하기도 했다.

단 백악관은 미 대사관이 경고한 공격 계획이 이번 테러와 연관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지난 7일의 경보가 이번 사건을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는 러시아 의료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는 러시아 의료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② 러시아,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단언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단언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며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괴물들(테러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③ 우크라이나, 푸틴의 자작극이라고 반박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번 참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더욱 확대하고 확장하려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연루설'을 부인했다.

5선에 성공한 푸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연루설’ 필요해?

우크라이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연루설’을 기정사실화할 정치적 필요성이 크다고 서방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안보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를 도모할 구실을 이번 테러에서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수도 모스크바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의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2024.3.24. [러시아 크렘린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수도 모스크바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의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2024.3.24. [러시아 크렘린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에 의하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도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의 배후로 밝혀진다면 러시아가 전장에서 명확하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23일(현지시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갖고 테러리스트 및 배후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선언했다. 푸틴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잔학 행위, 이런 공격을 계획한 모든 테러리스트를 식별하고 처벌할 것”이라면서 “오는 24일 국가 애도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이번 테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가해자(용의자)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체포했다”면서 “이들은 범행 이후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 모스크바 테러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IS 소행이라는 주장을 무력화시켜

따라서 이번 모스크바 외곽 테러가 3년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러시아 언론들이 이번 테러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자신의 소행이라는 IS의 주장을 묵살하는 의미를 갖는다.

23일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에서 검거된 테러범 중 1명은 당국의 신문을 통해 "지시자가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진술했다. 이 테러범은 자신의 범행 목적이 돈이었고, 지난 4일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로 입국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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