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 씨가 미국행이 아닌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권 씨와 그의 변호인단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권 씨는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이 들통나 체포됐다. 권 씨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음 날부터 몬테네그로에 '이메일' 등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사흘 늦은 같은해 3월 27일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임시 구금 등을 요청했다.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본국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지난달 20일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한다는 결정이 나오자 권 씨 측은 즉각 항소에 나섰다. 항소법원이 전자문서도 송달의 효력과 문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권 씨의 미국 아닌 한국으로의 송환이 최종 결정됐다.

애초에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려는 입장이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언급하면서 권 씨의 미국행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권 씨 측은 한국보다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으로 인도되는 상황만은 어떻게든 피하려 했다. 이를 위해 권 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이후 줄곧 변호를 맡겼던 브란코 안젤리치 변호사 대신 고란 로디치 변호사 등을 선임하며 변호인단을 새롭게 꾸렸다. 인구 약 62만명의 소국인 몬테네그로에서 거물 변호사인 로디치 변호사가 법정 싸움에서 권 씨가 미국 대신 한국으로 송환되도록 하는 데 결국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몬테네그로 법원이 미국에 '모욕을 줬다'며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선호한 권 씨와 그의 변호인단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이기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권 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사건으로 선고받은 4개월의 징역형 복역이 끝나는 오는 23일 이후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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