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 철회로 공석이 된 서울 강북을 지역구 경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17일 현역 박용진 의원과 조수진 변호사의 양자 경선을 통해 총선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수진 변호사. [사진=유튜브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캡처]
조수진 변호사. [사진=유튜브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캡처]

전날 자정까지 진행한 서울 강북을 후보자 공모에는 총 27명이 참여했다. 당초 한민수 대변인이 유력시됐으나, 민주당은 여성이자 신인인 조수진 변호사와의 양자 경선을 택했다.

박용진 경선 상대는 한민수 아니라 조수진...당심 100%라는 초유의 경선 방식 선택

문제는 경선 방식에 있다.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18∼19일 양일간 치러진다. 당심 100%로 치러지는 초유의 경선 방식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상 민주당의 경선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각각 50% 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강북을 후보를 뽑는 경선에 전국의 권리당원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초유의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지역의 현역인 박 의원이 4년간 이 지역 권리당원의 당심을 다져온 것을 무력화시키려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CBS 김광일 기자는 “듣도 보도 못한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변호사가 여성에 신인이라서 25% 가산점을 받는 반면,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 10% 평가에 따른 ‘경선 득표 30% 감산’ 페널티를 적용받는다. 출발부터 55% 격차를 안고 경선을 시작하는 셈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의원이 100%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3가지 장애물 넘어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박 의원은 1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결선까지 짊어지고 간 30% 감산 조치가 전략경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팅에서도 다시 적용돼야 한다는 건 당헌·당규에 없는 무리한 유권해석"이라며 "당원들만으로의 경선 투표는 당의 헌법인 당헌 위반 경선"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어느 후보도 예외 없이 당헌에 못 박혀 있기 때문에 그 당헌을 전략공관위에서는 손을 보거나 수정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박 의원은 3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첫째는 지난번 경선에서도 적용된 ‘현역 의원 하위 10% 평가에 따른 경선 득표 30% 감산 페널티 적용이다. 둘째는 조수진 예비후보에게 적용되는 신인‧ 여성 25% 가산점이다. 셋째는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용진이 승산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절대로 박용진은 안 돼’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인 박 의원을 감싸는 기류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친명 후보 권향엽은 100% 국민경선 방식으로 선출돼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경선 방식이 적용’된다는 문제점에는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5일과 16일 진행된 순천‧광양‧곡성‧구례을 경선은 권리당원 조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100% 국민경선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천 논란 의혹을 낳은 권향엽 예비후보가 이번 경선을 통해 후보로 결정됐다. 권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를 수행했다.

지난 16일 민주당은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권향엽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6일 민주당은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권향엽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일각에서는 100%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4년간 이 지역구를 다져온 현역 서동용 의원에게는 불리한 구조였다. 권리당원 50% 여론조사를 배제함으로써 권 예비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준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 대표의 뜻이 이미 권향엽 후보에게 있다는 것을 지역구민에게 알렸기 때문에, 100% 국민여론 조사 방식은 결과적으로 ‘권향엽 예비후보에 대한 찬반투표’ 형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낳았다.

전국 권리당원 투표 70% 반영하면 ‘개딸’이 당락 결정...이재명, “전국민적 관심사 됐으니 비중을 조절”

권 예비후보를 위해 100% 국민여론 조사 방식을 선택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박용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해 전국 권리당원 투표를 70%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봉주 의원과의 경선에서 드러난 강북을 권리당원의 표심만으로는 박 의원을 완벽하게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북을 권리당원은 박 의원을 선택한다고 해도, 전국 권리당원들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인 개딸들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전제 하에 조수진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CBS 김광일 기자는 “당내에서도 ‘여론조사를 미리 다 짜보고, 돌려보고 맞춘 거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리 여론조사를 해보고 지역별 맞춤 경선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하남 유세를 마친 후, 강북을의 경선 방식에 대해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으니 비중을 조절해 경선 방식을 결정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와 맞붙게 된 박용진 의원이 18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와 맞붙게 된 박용진 의원이 18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8.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차라리 전략공천을 하는 게 낫지, 시스템 경선이라는 허울 아래 박 의원을 두 번 죽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는 민주당을 위해,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며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박 의원의 무모한 도전을 두고 ‘머리가 나쁜 건지 판단력이 없는 건지, 들러리 전문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재명 대표의 ‘공정성’은 사람과 지역에 따라 변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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