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공천 취소되자 20여명 지원,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이 단적으로 보여준 이번 총선 최대의 관심 지역구다.

이곳에서 민주당의 공천분란이 벌어진 것은 20, 21대 총선애서 당선된 민주당의 지역구 현역 박용진 의원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번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및 당 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에 두 번이나 맞서며 당내 비명계의 대표주자가 됐다.

박 의원은 이번에 하위 10%, 30% 감점을 받는 바람에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북한군의 DMZ 지뢰도발로 부상당한 장병들을 조롱하는 막말로 인헤 공천이 취소됨으로써 다시 박용진 의원은 기회를 얻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유튜브 ‘알릴레오’를 함께 진행했던 조수진 변호사와 경선을 벌이게 됐다.

이재명 대표는 당 안팎의 강력한 여론에 빌려 박용진 의원에게 재경선의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경선이 민주당 권리당원의 투표로 이루어지는데다, 박의원에게는 30% 감점, 조수진 변호사에게는 25%의 가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박 의원이 이번에도 강북을의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강북을 선거구는 강북구 삼양동, 미아동, 송중동, 송천동, 삼각산동, 번3동 등 서울 시내에서 미아리고개를 넘어 삼양로로 좌회전을 해서 북쪽 우이동에 이르기전 좌우에 펼쳐지는 구도심 지역이다.

강북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가격이 최하위권이고, 1인당 근로소득 또한 전국 229개 기초 지자체 중 최하위권으로 낙후 침체된 지역이다.

강북을에서는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난 21대 총선까지 9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호남 못지않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 박용진 후보는 무려 64.4%를 득표했는데, 민주당 의원 가운데 서울 1위, 수도권 3위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북 장수군 태생에 노동운동을 거쳐 진보정당 활동을 하다가 민주당에 입당한 박용진 의원은 정동영 전 대표의 뒤를 이를 전북출신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박 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해 ‘삼성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제기 등 삼성 공격에 앞장서 왔다. 보험회사가 보유한 타사 주식·채권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총자산의 3%를 초과하면 처분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토록 하기도 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통진당 이정희 대표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현재 노무현 재단 이사를 맡고있는 친노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강북을에 박진웅 전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공천했다. 박진웅 후보는 지난 대선때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 정책조정2팀장으로 활동한 친윤계다.

대선 후 지방선거에서 강북구청장으로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번 총선에는 당초 강북갑에 공천신청을 했지만 국민의힘이 강북갑에 전상범 전 부장판사를 공천하는 대신 박 후보를 강북을로 돌렸다.

15대총선 부터 지난 21대까지 7차례의 총선중 국민의힘 후보가 두 번이나 당선됐던 강북갑 보다 훨씬 험지인 강북을에 출마할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결과다.

지방선거 두달여전 대선에서는 강북구에서 윤석열 후보가 43.8%를 얻어 이재명 후보의 53.6%에 한참 못미쳤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53.6%로 44.6%를 얻은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따돌렸다. 강북구청장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에게 지기는 했지만 400표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박진웅 후보는 이곳 강북을을 비롯 도봉구 등 서울 북부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40년에 가까운 민주당 일방지지의 결과로 돌아온 것은 지역의 침체, 낙후 뿐 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대대적인 재개발 재건축 등의 공약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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