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국민의힘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직전 조사와 동일하게 37%를 기록, 32%에 그친 민주당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 대비 1%p 올랐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서울 지역의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지난주 대비 15%p 폭락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서울 지역의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지난주 대비 15%p 폭락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서울 민심과 50대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서울 지지율 요동쳐...국민의힘은 15%p 하락, 민주당은 8%p 상승

이번 갤럽조사에서 서울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0%, 민주당 32%로 나타났다. 지난 주 국민의힘 45%, 민주당 2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주일 만에 국민의힘은 15%p 하락, 민주당은 8%p 상승한 수치이다. 전체적으로 서울 민심이 23%나 요동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과거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바람’에 따라, 결과가 확 뒤바뀐 경우가 많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서울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불과 2년 뒤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재명 대표보다 많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21%p나 차이가 났다. 따라서 서울에서의 압승이 기대된다는 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1주일 만에 23%p나 민심이 요동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공백 사태와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그와 더불어 공천 국면에서는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공천 잡음이 해소되고 다시 민주당이 회복되는 국면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듯

지난 15일 채널A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서울 지역의 여론이 급격히 떨어진 것에 대해 좀 당황스럽다. 그렇게 떨어질 만큼의 중대한 사안이 있었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조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은 “기본적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서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나 불만이 굉장히 노골화된 것이 아닌가?”라면서, 이 시점이 물가 상승률이 3.1%를 찍은 시점하고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 책임은 결국 정부여당에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 위원은 분석했다. 또한 이 위원은 “정치적으로는 이종섭 대사 문제라든지, 의대증원 문제라든지 또 특히 조국혁신당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친문지지자들이 결집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국혁신당에 대한 20대의 지지도는 거의 제로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들며,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다음 주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15일 채널A에서 “의료대란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 지명한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점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8%에서 22%로 4%p 증가한 서울 지역 무당층 향배가 변수

하지만 한국갤럽 조사 하나만을 가지고 서울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민심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서울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강남권 강북권 등으로 나눠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주일 만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15% 폭락한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특히나 뉴스에 민감하고, 서울에서 이런 반응이 한번 나오면 1~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지방으로 퍼져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지역의 무당층이 1주일 사이에 18%에서 22%로, 4%p나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직 확고하게 마음을 정하지 않은 서울 민심이 남은 20여일 동안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스윙보터 50대의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 9%p 하락, 민주당 2%p 상승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2%, 민주당은 37%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9%p 떨어졌고, 민주당은 2%p 오른 수치이다. 2주 전과 비교해보면 민주당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국민의힘 50대 지지율은 출렁이고 있다.

50대는 연령별 인구 수가 가장 많은데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3040세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6070세대 가운데 있는 ‘낀 세대’에 해당한다. 게다가 50대 중에서는 초중반은 진보, 중후반은 보수 성향으로 나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스윙보터’로 꼽힌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번에 50대 민심을 요동치게 만든 것은 ‘이종섭 리스크’라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수도권 공동선대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이종섭 임명 철회’ 요구가 나오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종섭, 임명 절차 매끄럽지 않다”라고 비판했고, 안철수 의원도 “이종섭, 국민 납득할 조치해야”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임명 철회해야 마땅하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논란이 군인 아들을 둔 50대 부모 세대 민심에 불을 질렀다고 보는 것이다.

한동훈, 이종섭 리스크로 인한 민심 이반 현상의 심각성 인식

이에 따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종섭 호주 대사 문제에 대해 “본인이 귀국해서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위원장은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부르면 들어와서 조사받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권력과 맞서 싸우는 것보다 지지층과 맞서 싸우는 게 더 힘들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지층에서 이종섭 리스크로 인한 민심 이반 문제를 한 위원장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채널A에 출연한 박상규 해설위원은 “50대 부부들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이유는 채상병 사건과 이종섭 대사 문제가 연관돼 있는데, 병역 문제라는 역린을 건드렸다고 본다”면서 “법적인 문제 원칙적인 문제만 따져서는 안 된다. 선거는 여론인데, 그걸 무시했을 때 수도권에서 어떤 쓰나미가 몰려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한동훈 위원장은 하고 있는 것 같고, 대통령실에서는 좀 다소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 ‘반윤 연대’ 부각으로 50대 지지율 회복 겨냥

반면 민주당은 50대를 전통 지지층으로 보고, 공천 갈등으로 잠시 떠났던 지지층이 회복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반윤 연대’를 부각시키면 50대 지지율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채널A에서 “공천이 마무리되면 잡음들도 사라지게 마련이고, 경쟁했던 후보들도 함께 선거를 뛰어주게 되면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이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전 최고는 “공천 과정이 마무리되고 이재명 대표의 전국적인 유세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한국갤럽의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7%,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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