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할 선거대책위원회가 12일 삼두체제로 출범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출범식 및 첫 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윤석열 정권의 심판을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과 김부겸, 12일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은 내가 지금까지 치러본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현실정치를 떠났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선 안 되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들어 선대위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면서 "역대 선거를 보면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 선거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들은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을 받은 분들은 공천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분들을 잘 위로하고 그분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기 바란다"며 "과거 우리 선배들은 바로 그러한 에너지를 함께 모았고 그래서 오늘의 민주당이 있다. 모두 한 팀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김부겸, 민주당의 ‘3두 체제’에서 실질적 역할 맡아...총선 이후 헤게모니 다툼 겨냥해?

3인 체제로 닻을 올렸지만, 대중연설과 중도층 외연 확장 등 중요 역할은 김 전 총리가 맡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양을 선거에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혼전 양상을 빚고 있는 이 대표는 사실상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상태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지층 결집 등 상징적인 차원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관측된다.

실질적으로 선거를 지휘할 상임선대위원장 역할을 맡게 된 김 전 총리는 2년 전 정계를 은퇴했다. 따라서 김 전 총리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3.12. [사진=연합뉴스]
12일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3.12.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김 전 총리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는데 '거절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CBS 김광일 기자는 “김 전 총리 측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주 까지만 해도 (합류에) 부정적이었는데,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만 뒤집어쓸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총리의 입장이 바뀐 데는 “패배해도 책임은 공천권을 행사한 이재명 대표한테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당을 위해 늦게나마 열심히 도왔다라는 점 등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선거 이후에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게 있는 것 같다”고 김 전 총리 측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김부겸, 지난달 21일 "이재명, 공천 바로 안잡으면 돕지 않겠다" 선언

실제로 김 전 총리와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달 21일 이 대표에게 '불공정 공천'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총선을 돕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두 전직 총리는 당시 공동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 앞으로 남은 윤석열 검찰 정부 3년 동안 우리 민주당은 국민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김 전 총리는 서울 모처에서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만나 이같이 입장을 정했고, 외유중인 정 전 총리에게도 동의를 얻어 입장문을 발표했다. 두 전직 총리의 이런 입장문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불공정 공천을 이어갔고, 사실상 친명과 친문이 전면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총선 이후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 등 나오면 김부겸 등 정치적 입지 커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3.11.[사진=연합뉴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3.11.[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김 전 총리의 상임선대위원장 수락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의 공천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던 김 전 총리가 이제는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잘못 공천된 후보자를 찍어주세요’라고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전 총리가 상임선대위원장을 수락한 데는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선 이후 위증교사 재판의 1심과 선거법 재판 1심 등의 선고가 나오게 되면, 이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위증교사와 선거법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다.

그럴 경우 이 대표가 총선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다시 도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27년 대선도 물건너간다고 김 전 총리는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바로 그 점에서 김 전 총리는 ‘자신이 대안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총선부터 노력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당내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세균, 측근 김영주 등의 컷오프에 격앙...이재명 도울 명분 찾기 어려워?

반면 지난달 21일 함께 입장문을 내고 총선을 돕지 않겠다고 했던 정세균 정 총리는 자신의 측근인 김영주 국회부의장 컷오프 등에 격앙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총리 입장에서는 이 대표를 도울 마음과 명분이 없는 셈이다.

김 전 총리는 사실상 당내 세력이 없는 홀홀단신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 대표를 돕는 데 부담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계 은퇴까지 번복한 김 전 총리의 행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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