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이 전략지역 경선 결과를 추가 발표한 가운데, 경기 용인정의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의 지역구인 용인정 경선에서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이 친명계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과 박성민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이기고 공천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후보가 11일 CBS라디오의 전화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후보가 11일 CBS라디오의 전화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로써 용인정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이 전 의원과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강철호 전 현대로보틱스 대표 간의 거대 양당 대진이 확정됐다.

민주당 복당한 이언주, 2402호의 비밀 아는 ‘리틀 이재명’ 이헌욱 꺾어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여전사 3인방’중의 한 명으로 꼽은 이 전 의원이 ‘리틀 이재명’이라고 불리는 이 전 사장과의 경선에 부쳐지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전 의원을 ‘팽’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직접 복당을 요청해서 민주당으로 복귀한 이 전 의원을 서울이 아닌 용인정으로 보내는 데 대한 의구심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 지역에서는 이 전 사장이 지난 1월 29일 출마선언을 해서 이미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 의원이 공천을 따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전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이 대표의 옆집 2402호의 비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당연히 이 전 사장이 공천되리라고 관측됐다.

경기주택도시공사가 2020년 8월부터 이 대표 부부가 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옆집을 '직원 합숙소'로 썼다는 언론보도를 계기로, 국민의힘은 불법 사전 선거운동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비서 역할을 한 배모 씨가 사적 통화에서 김씨의 많은 음식 주문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생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가 옆집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음식을 조달한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었던 것이다.

서정욱 변호사, “이헌욱이 이재명 대표 허락 받지 않고 용인정에 갔다는 소문 퍼져”

이에 대해 10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리틀 이재명 이헌욱전 사장이 이 대표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용인정에 갔다는 소문이 다 퍼져 있었다. 팩트하고 관계없이. 그런데 팩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 전 사장이 국회 배지 달고 활동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공범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 전 사장이 자꾸 부각되는 게 리스크이기 때문에, 허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서 변호사의 주장이다.

TV조선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을 계속 수사중이던 수원지검은 최근 택배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그 집에 누구 이름으로 택배가 왔는지, 어떤 물품인지를 파악해 용도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택배 내역을 분석해 공사 직원 외에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2020년 8월, 이 대표 옆집을 전세금 9억 5000만원에 합숙소로 계약했다.전용면적 164제곱미터, 50평이 넘는 합숙소에는 경기도시공사 판교사업단 직원 4명이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용인정 후보 접수 마감을 29일로 하루 늦춰...이언주는 29일 면접에 참여

이헌욱 전 사장은 "선거사무소 활용 의혹은 경찰에서 이미 무혐의를 받은 사건"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서 변호사는 “선거법은 시효가 지났는데, GH(경기주택공사) 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업무상의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 전 사장의 출마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이 서 변호사의 분석이다. 이 대표가 이 전 사장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전 의원을 이 지역으로 보냄으로써, 강성 지지층들에게 이 대표의 뜻이 이 전 의원에게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의 경선 참가 자체를 두고도 특혜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경기 용인정' 후보를 공모한다며 낸 공지에는 접수 마감일이 지난달 28일이었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29일로 연장됐다. 그 사이 '용인갑' 경선 투입이 유력했던 이 전 의원은 29일 진행된 '용인 정' 면접에 참여했다. 기존 출마자들은 "공모 기간을 늘린 건 이 전 의원을 합류시키기 위한 특혜"라고 반발했지만, 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한 조치"라고 일축했다.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은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 했으면 이 지역에 대해서 경선을 붙이지 않고 바로 전략으로 단수로 했겠죠"라며 특혜설을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략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29.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략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29. [사진=연합뉴스]

국민경선 100% 방식은 인지도 높은 이언주에게 유리

하지만 이탄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전략지역구’가 된 용인정에서 일반적인 경선 원칙 대신 ‘국민경선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이 전 의원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경선 100%는 ‘100%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전 사장은 정치권이나 강성 지지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지명도가 낮다. 반면 이 전 의원은 12년 동안 당을 6번이나 바꾸는 바람에 ‘철새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경선 경쟁자였던 박성민 전 청년비서관은 “용인은 철새 도래지가 아니다”라는 말로 이 전 의원을 저격하기도 했다.

비록 오명일지라도 이 전 의원은 이 전 사장에 비해 인지도가 높았다. 일반 여론조사로 할 경우 이 전 의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그 점을 노리고 경선 원칙을 바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철새’소리 듣는 이언주에게 패한 이헌욱, 진심으로 결과 수용하지 않는다면?

지난달 17일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좌파 성향의 유튜브 새날에 출연한 모습. [사진=유튜브 새날 캡처]
지난달 17일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좌파 성향의 유튜브 새날에 출연한 모습. [사진=유튜브 새날 캡처]

결국 이언주 전 의원이 용인정의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2402호의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전 의원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정욱 변호사는 “이헌욱 전 사장과 친한 사람이 우리 법조계에 많은데, 아주 성깔이 있고 뒤끝 작렬이라고 들었다”면서 “이 대표와 배임의 공범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게 커다란 사법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틀 이재명’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핵심 측근이었던 이 전 사장이 ‘철새 정치인’ 비판을 받는 이 전 의원에게 패배한 것은 본인에게도 충격적인 일이다. 이 전 사장이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향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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