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4·10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다양한 계파를 고루 기용하는 ‘탕평 공천’을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친명 공천’ 혹은 ‘비명횡사 공천’을 강행함으로써 비명계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카페에서 청년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카페에서 청년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다양한 계파 고루 기용하는 ‘탕평 공천’ 실천...이재명의 ‘비명횡사 공천’과 대비돼

10일 현재 전체 254개 선거구 중 약 92%에 해당하는 233곳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됐다.나머지 21곳 중 16곳은 결선투표를 포함해 경선이 진행 중이거나 치러질 예정이다. 5곳은 국민추천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16년 만에 254개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내게 된다.

이날 불출마, 경선 패배, 컷오프 등으로 '물갈이'된 현역 의원은 37명으로, 재적 의원 114명의 32% 정도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의 최종 현역 교체율이 35%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20년 실시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현역 교체율은 43%였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지칭되는 권성동(강원 강릉),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의원 등은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던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친윤계가 공천 과정에서 낙천한 사례는 없다.

아직 공천받지 못한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및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초선 비례대표 이용 의원 정도이다. 이용 의원이 김기윤 변호사, 윤완채 전 하남시장 후보 등과 3자 경선을 벌이는 경기 하남갑 경선 결과는 13일 발표된다.

친박계= 최측근 유영하· 탄핵 부당함 주장한 도태우, 이정현, 서병수, 윤상현 등 공천 받아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도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변호한 유영하 변호사와 도태우 변호사가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에 단수 공천했다. 이 지역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공천 배제(컷오프)됐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대구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 기념 콘서트에서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간접적으로 유 전 변호사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는 대구 중·남 경선에서 현역 임병헌 의원과 노승권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누르고 후보가 됐다. 노 전 1차장은 박 전 대통령 수사 담당자였다. 도태우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이끌며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던 인사이다.

또 친박계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서병수 전 부산시장, 김태호 의원, 윤상현 의원, 정우택 의원 등의 공천도 확정됐다.

‘비명계’ 내친 민주당은 국민의힘 ‘친박 공천’을 격렬하게 비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 양천구갑 황희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2024.3.6.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 양천구갑 황희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2024.3.6. [사진=연합뉴스]

‘비명계’, ‘친문계’를 노골적으로 내친 민주당은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는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국민의힘이) 박근혜 탄핵의 원인이 되었던 사람들을 공천하지 않았냐"며 "'우리는 아무 잘못한 게 없다, 탄핵은 잘못되었다'고 국민들에게 주장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은 속내를 파악 못 할 바보들이 아니다"라며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변호사를 공천하면 탄핵의 추억이 더 생각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탄핵된 박근혜(의) 변호사를 공천하는 것을 보니 국민의힘이 다급한가 보다"라며 힐난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공천은 탄핵당했던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인 유영하·도태우를 공천한 탄핵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탄핵은 오래된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유능해진다”

그러나 ‘친박 인사 공천’은 한동훈 위원장의 탕평 공천 중 가장 정치적 의미가 큰 대목으로 평가된다. 한 위원장은 유 변호사와 도 변호사 공천과 관련해 ‘탄핵의 강으로 돌아왔다’는 민주당 비난과 관련해 "탄핵은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가야 유능해진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함으로써 전 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화해를 실천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포용하는 ‘보수 대통합’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보수 통합’을 위한 정치 행보, 4.10 총선 공천을 통해 마무리돼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화해와 통합의 정치를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마무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특별사면을 받은 뒤 대구 사저로 내렸갔다. 하지만 2022년 5월 10일 열린 윤 대통령의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취임식 무대에 오른 윤 대통령 부부는 가장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인사를 했고, 이어서 다소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두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4월 12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박 전 대통령을 찾았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은 집 안에서 윤 당선인을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2.4.12.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2.4.12.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과 피고인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6년 후인 이날 대통령 당선인과 전직 대통령으로 만나 5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히 들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또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또 방문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집 안이 아니라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면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화제로 꺼냈다. 박 전 대통령도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깐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보수 통합’을 위한 단계적 행보는 4.10 총선 공천을 통해 마무리됐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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