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당초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대해 거리를 두는 전략이었지만, 조국혁신당의 상승세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4.3.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4.3.5. [사진=연합뉴스]

결국 지난 5일 이 대표는 조국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고, 외견상 두 정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주장하며 총선 연대를 시작했다. 조 대표가 5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이 대표를 예방하는 형식으로 만나자,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신장식의 ‘지민비조’=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밀어

당시 두 사람의 만남에 동석했던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이에 대해 “따로 또같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신 대변인은 “지역구에서 1대1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쟁하는 건 없다”면서, ‘지민비조’를 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여 4·10 총선에서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4.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조국혁신당은 6%를 기록, 국민의힘(37%)과 더불어민주당(3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37%)와 민주당 중심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5%)에 이어 두 자릿수인 15%를 기록해 그 지지세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은 확고한 3위를 차지하며 2위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공격적인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2석까지 넘봐...민주당의 견제구 시작될 듯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조국혁신당은 당초 비례대표 의석수를 5석 정도로 생각했다가, 최근에는 10석을 넘어 12석까지 바라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 대변인은 6일 출연한 CBS에서 “12척의 배를 주시면 학익진의 망치선이 돼서 쭉쭉 한번 밀고 나가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남은 12척’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비례의석에서 12석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조국혁신당의 이같은 ‘지민비조’에 대해 민주당 내부는 복잡한 상황이다. 여선웅 전 청와대 행정관은 6일 채널A에 출연해 “4년전 비례정당 선거만 생각해 봐도 절대 경쟁 관계”라면서 “당시에도 민주당 더불어시민당이 열린민주당 굉장히 견제했다”고 강조했다.

여 전 행정관은 “우리가 공천한 비례대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면 큰 틀에서는 뭐 같은 민주당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안(민주당)에서 보면 절대 같이 갈 수 없는 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신 대변인이 강조한 ‘지민비조’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서는 절대 아마 용납할 수 없는 용어일 것”이라며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절대 그런 프레임에 갇히지 않게 민주당에서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여 전 행정관은 “본격적으로 선거 국면 가면은 아마 민주당이 굉장히 견제구를 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과 경쟁해야 하는 더불어민주연합은 조국혁신당의 파급력에 대해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적을 옮긴 윤영덕 공동대표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 상황을 보면 조국혁신당이 5∼6석 정도 얻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방침에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당초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 구호 아래 지역구 후보 출마를 최소화하고 비례대표에 전력투구한다는 방침이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황현선 당 사무총장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국 대표가 지역구로 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하는 등 초반 지지율을 바탕으로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을 짜는 분위기이다.

이재명은 ‘몰빵론’ 제기...“지역구도 비례도 쌍둥이 정당 찍어달라” 호소

[사진=재명이네마을 캡처]
[사진=재명이네마을 캡처]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관측되는 시그널이 포착돼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일 이 대표가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하는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과 유세하며 한 가게에서 빵을 집어들고 포즈를 취한 것이 ‘몰빵론’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양손에 쥔 빵을 두고 민주당 지지 커뮤니티에는 “확실한 시그널” “두손 가득 몰빵” “정치 천재” “우리도 두 손 가득 몰빵 안겨드리자”라는 댓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한테 다 몰아줘야 된다, 민주당을 찍어야 된다는 것이 ‘몰빵론’이다. 지역구 후보는 당연히 민주당을 찍어야 하고, 비례 투표도 조국혁신당에 찍지 말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찍어야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7일 ‘몰빵론’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글자도 한 두 글자만 다르죠? 우리는 같은 배에서 나온 같은 존재다. 일란성 쌍둥이”라며, 지역구도 비례도 쌍둥이 정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이광재, 최병천 등은 ‘몰빵론’ 소구력 상실 전망

하지만 이 대표가 주장한 ‘몰빵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하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7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조국신당이 선전하는 건 한편으로는 민주당에 실망한 분들, 그 다음에 정의당에 실망한 분들이 주로 결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라고 밝혔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7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가성비가 민주당은 4표 찍어봤자 1명 밖에 안되는데, 조국혁신당은 4표 찍으면 4명 다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에는 민주당 외에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등이 들어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연합을 찍으면 표가 나뉘어지는데, 조국혁신당에 표를 몰아주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를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3.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를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3.5. [사진=연합뉴스]

실제 한국갤럽의 이번 조사에서 표심 이탈 양상은 확인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90%가 비례정당 중 국민의미래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 더불어민주연합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는 62%에 불과했다. 26%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몰빵론’이 이미 소구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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