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역주의에 후보간 비방 인신공격 난무...본선 후유증 우려

경기도 포천 가평의 국민의힘 권신일 김성기 김용태 예비후보와 민주당 박윤국 후보(왼쪽부터), 포천 명성산 및 산정호수 모습
경기도 포천 가평의 국민의힘 권신일 김성기 김용태 예비후보와 민주당 박윤국 후보(왼쪽부터), 포천 명성산 및 산정호수 모습

지금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여야 모두 후보자를 선발하는 기구를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라고 부르지만, 각 정당 공관위의 전신(前身)은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였다. 공심위는 공천신청자를 심사해서 후보가 될만한 사람을 골라낸다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이름이었다.

공관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여전히 다수의 공천신청자 중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에서 점점 경선(競選)이 많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공관위는 경선에 붙일 후보자를 최대한 압축해서 당원과 주민들에게 제시해야만 한다.

일반 유권자들로서는 얼굴 뿐 아니라, 심지어 학력 경력까지도 성형수술에 온갖 ‘포샵’을 마다하지 않은 후보자들을 놓고 진짜와 가짜, 장단점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관위(위원장 정영환)는 지난 4일 경기도 포천 가평의 이번 총선 후보를 권신일 전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기획위원, 김성기 전 가평군수,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김용호 변호사, 허청회 전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 5명의 예비후보 경선에 붙였다. 당초 7명의 예비후보 중 현역 최춘식 의원이 불출마선언을 함으로써 남은 6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선에 넣어준 것이다.

대구 동구 군위을 선거구와 더불어 국민의힘에서 최다자 경선지역이 된 것이다. 오는 12일과 13일 5자경선에 이어 결선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 4년전 21대 총선때 선거를 불과 2주일 앞두고 후보가 확정됐던 포천 가평은 이번에도 ‘늑장공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같은 5자경선이 사실상 편법에 가까운 것은 국민의힘이 이번에 공관위를 구성한뒤 만든 공천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컨대 34세 이하 청년이 경선에 들어갈 경우, 최고 20%의 가점(加點)을 받는데, 2자경선에서는 20%, 3자경선은 10%, 4자경선 7%로 경선자 수가 늘어날수록 가산점이 줄어든다. 그런데 국민의힘 공관위는 4자이상, 즉 5인경선을 할 경우 가점을 몇 % 부여할 것인지는 정해놓지 않았다.

“4인이상”이라고 하지않고, “4인”이라고만 해놓았기 때문이다. 정치신인 여성 중증장애인 탈북민 등등 다른 가점 대상자는 물론 감점(減點) 대상자들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5자경선은 상상하지 않았거나 그런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예비후보에 경선대상자까지 많다보니 핵심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의 후보들에 대한 분별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이 지역의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를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33세의 김용태 후보가 30대 유권자층에서는 경쟁후보 지지율의 절반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60,70대 고령층에서는 배 이상 지지도가 높은 기현상(奇現象)이 벌어졌다.

이에대해 여론조사 관계자 및 지역 정치권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많아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고령층 유권자들이 김용태 후보의 경력,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라는 직함에 선택을 많이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다자(最多者) 경선으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포천과 가평을 둘러싼 소지역주의도 벌어지고 있다.

인구가 포천시의 절반 밖에 되지않아 그동안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가평군의 3선 군수출신인 김성기 후보는 “우리 가평이 언제까지 포천의 들러리가 돼야 하느냐”면서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며칠전 가평군 사회단체들은 김 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 “가평은 포천의 2중대가 아니다”라는 구호까지 외쳤다고 한다.

일부 후보들이 뭉쳐서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후보를 깎아 내리는 일도 벌어졌다.

김용호 허청회 두 후보는 8일 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권신일 후보가 유사 선거기구설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불법 혐의를 받고있는 만큼 당 공관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권신일 후보는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의 고발건은 그동안 저에 대해 온갖 악의적 보도를 일삼아온 지역의 한 언론매체가 직접 고발장까지 제출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선관위에 고발해서 ‘혐의 없음’ 판정을 받자, 똑같은 내용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의 기자회견에는 고발 당사자로 지목된 특정 매체의 기자가 나타나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 후보가 해당 기자의 질문에 대해 “기자의 신분인지 아니면 고발인의 신분인지 가려 질문을 해 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이 권 후보에 대한 4건의 고발 당사자라고 밝혔다.

당내 후보자간에 이같은 과열, 혼탁 양상이 벌어지자 포천 가평지역 정가, 특히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대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천 가평 선거구는 ‘보수의 버팀목’으로 지난 2020년 21대 총선때 당시 미래통합당은 경기 북부지역에서 포천 가평과 동두천 연천, 단 두곳에서만 승리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최춘식 후보는 포천시에서는 4성장군 출신의 민주당 이철휘 후보에게 400여표를 졌지만 가평군에서 4,000표 이상을 이겨서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포천시에서도 젊은 인구가 많고, 의정부와 접해있는 소홀읍에서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민주당 표가 더 많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달 15일 일찌감치 3선 포천시장 출신의 박윤국 후보를 단수로 공천했다. 포천 토박이로 대인관계가 뛰어난 민주당 박윤국 후보는 이곳의 역대 민주당 후보중에서는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포천시장 3선 중 2선은 새누리 당 등 보수정당 소속으로 당선됐는데, 민주당 소속이지만 이념색이 짙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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