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일 이재명(초선·) 대표를 인천 계양을에 단수공천함에 따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의 ‘명·룡대전’이 성사됐다.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선거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인천 계산우체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2.26.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인천 계산우체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2.26.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이 대표가 승리하면 민주당은 총선 이후에도 현상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대표가 패배할 경우 민주당 자체에 치명타가 된다. 향후 당내 권력투쟁 방향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원 전 장관이 패배해도 국민의힘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원 전 장관이 이 대표를 꺾고 승리할 경우, 여당 내 차기 대선주자 서열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즉 이재명 패배, 원희룡 승리의 경우 여야 정치권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재명 패배, 원희룡 승리의 경우 여야 정치권 지각변동 예상돼

따라서 이 대표는 벼랑끝 위기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4.10총선 승리보다 이번 기회에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천 계양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이다. 비명계 인사들을 사실상 숙청하는 수준으로 공천을 단행한 상황에서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내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4.10총선 이후 당권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원 전 장관은 미리 계양을로 가서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에는 ‘대장동 일타강사’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이 대표의 각종 비리 의혹을 일목요연하게 브리핑하는 능력을 선보여 대선주자로서의 대중적 이미지를 각인시킨 바 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원 전 장관에게는 ‘손해보지 않는 장사’가 된다.

하지만 이번 계양을 선거는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승자와 패자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판세가 진행 중이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이 내리 5선을 했던 민주당 ‘텃밭’ 지역

우선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계양을은 17대 총선 직전 신설된 이후 7번의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정당이 6번 승리했다. 특히 이 대표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내리 5선을 했다. 보수정당은 단 한 차례 이겼다. 지난 2010년 재·보궐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의원이 김희갑 민주당 후보를 꺾은 것이 유일하다.

이 대표도 지난 2022년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계양을에 출마해 55.24%를 득표해 44.75%에 그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10.49%포인트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재명 대 원희룡 가상대결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중

이 대표는 원 전 장관과의 가상대결에서 지지율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그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게 주목할 대목이다. 인천일보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인천 계양을 거주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1~2일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무선 ARS 방식)에서는 이재명 50.7%, 원희룡 34.3%의 응답률을 보였다. 16.4%포인트 격차였다.

미디어토마토가 인천 계양을 거주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13~14일 진행한 여론조사(ARS 방식)에 따르면 이재명 49.1%, 원희룡 41.0%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지율 격차는 8.1%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48.5%, 원희룡 39.3%의 응답율을 보였다. 9.2%포인트 격차였다.

원 전 장관이 빠른 속도로 이 대표를 추격하는 양상으로 판세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총선까지 4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역전 가능성을 점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재명과 원희룡의 지지율 격차 추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과 분리되는 경향 보여

이같은 지지율 추이는 계양을 선거가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과 분리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30일~2월 1일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26%, 한동훈 23%, 이낙연 4%, 이준석 4%, 홍준표 2%, 오세훈 2%, 김동연 1% 등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장래 정치지도자에 대한 예시를 주지 않고 응답자가 직접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희룡은 1%도 얻지 못한 것이다.

4.10총선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계양을 유권자들의 선택이 단순히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원희룡의 양대 전략= ‘이재명 사법리스크 저격’과 ‘생활밀착형 공약’ 부각

원 전 장관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저격’과 ‘생활밀착형 공약’이라는 양대 선거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전 장관은 2일 이 대표와의 계양을 맞대결이 확정된 직후 페이스북에 ‘범죄 혐의자냐, 지역 일꾼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를 선택할 경우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자신을 선출해야 계양을 지역발전을 도모하게 된다는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다.

원 전 장관은 "대한민국 그 어느 지역도 특정 정당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 계양도 마찬가지다"면서 "(계양을에서) 지난 25년간 민주당 당대표를 두 명이나 배출했지만, 계양의 발전은 더뎠고 주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범죄혐의자를 공천해도, 허무맹랑한 공약을 내던져도 무조건 당선시켜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클린스만이냐, 히딩크냐"라고 물었다. 이 대표를 '범죄혐의자'와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자신을 '지역 일꾼'과 '히딩크' 전 감독에 비유한 것이다. 원 전 장관은 히딩크 감독 밑에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인천 계양의 출신 축구 스타 이천수(43)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원 전 장관은 실제로 ▲서울지하철 9호선을 계양구 동양동을 거쳐 박촌역까지 연장 ▲노후 아파트 재건축 시 종(種)상향으로 용적률 제고 ▲계양 테크노밸리에 수영장, 키즈카페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건립 ▲콘텐츠 창작 캠퍼스를 조성해 일자리 창출 등의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82학번 60세 동갑내기인 이재명과 원희룡, 삶의 궤적은 차이 많아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은 모두 1964년으로 60세 동갑내기이다. 법대를 나와서 사법고시를 패스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 대표는 검정고시를 통해 중앙대 법대 82학번으로 입학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경기 성남에서 개업해 변호사 활동했다. 추후 시민운동에 참여해 2006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함으로써 정치에 입문했다. 민선 5·6기 경기도 성남시장을 지낸 뒤 제34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대선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원 전 장관은 학창시절에 ‘천재’ 소리를 듣던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학력고사·사법고시 수석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 이후 3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친 후 서울 양천갑에서 제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제37·38대 도지사를 지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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