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학살이 지속되면서 탈당을 시사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공천 파동 가운데 이미 김영주(4선‧영등포을)‧ 이수진(초선‧동작을) ‧박영순(초선‧대전 대덕)‧ 설훈(5선‧경기 부천을) 의원 등이 탈당했고, 29일에는 컷오프당한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이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고 탈당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재개, 홍영표 의원 등 친문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인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윤영찬 의원. 2024.2.2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재개, 홍영표 의원 등 친문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인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윤영찬 의원. 2024.2.28. [사진=연합뉴스]

컷오프된 홍영표, 5~10명 현역의원과 동반 탈당 가능성...어디로 가나?

홍 의원은 최근까지 당의 부당한 공천 결정에는 따르지 않겠다고 언급했는데, 29일 공천에서 배제됨에 따라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한 친문계 좌장으로 꼽히는 홍 의원과 함께 적어도 5~10명 정도의 탈당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박영순 의원이 28일 이낙연 전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함에 따라, 새로운미래로 입당이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당한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이 탈당을 할 경우에는 새로운미래 대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 신당행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3당을 놓고 새로운미래와 조국 신당의 경쟁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홍영표, 카잔차키스 묘비명 인용해 이재명의 ‘탈당도 자유’ 정조준?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홍 의원은 29일 당의 컷오프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전략공천으로 지정할 이유가 없는 멀쩡한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더니 경선도 없이 저를 배제했다"고 적었다. 민주당이 자신의 지역구인 부평을에 대해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할 때까지도 경선의 가능성을 기대한 홍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인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고 적으며 글을 맺었다. 홍 의원은 자신의 거취 등과 관련해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8일 최근 당내 공천 갈등으로 탈당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빌어 이재명이 말한 ‘탈당의 자유’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캠프 좌장이었던 설훈, 새로운미래로 갈까?

이재명 대표를 연산군에 비유하며 탈당을 선언한 설훈 의원은 “‘진짜 민주당’이라는 새로운미래 측의 평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결정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낙연 캠프에서 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런데도 당장 새로운미래 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데는 ‘지역구’로 인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29일 채널A에 출연한 진수희 전 의원은 “호남쪽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새로운미래로 갈 수도 있다. 호남쪽은 1대1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설 의원과 홍영표 의원에 대해서는 물음표로 남겨두었다. “설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낙연 캠프의 좌장이다시피 했기 때문에 (새로운미래로 갈 수도 있지만), 수도권의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다른 분들은 탈당한다 해도 새로운미래로 합류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조국 신당이 조용하지만 물밑에서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에게는 조국 신당이 대안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 중성동갑의 임종석 전 실장은 탈당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으로 탈당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탈당을 하게 되면, 새로운미래 대신 조국 신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9일 이준우 여의도연구원 기획위원은 조선일보 유튜브에서 “지금 조국 신당이 조용하지만, 물밑에서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이라며 “친문이 조국 신당을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이재명 대표 때문에 갈 데 없는 마음들이 많은데, (조 전 장관이) ‘그 마음들을 내가 다 품어주겠다’며 ‘땡큐 이재명’”이라는 심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친문이 조국 신당으로 가면 문 전 대통령은 ‘상왕’ 역할?

“조국은 지금 감옥가야 한다”는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의 지적에 박은주 기자는 “조국 신당이 성공하고 나면, 조국이 그 당에 있느냐 없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국은 일종의 상징자본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수받은 사람들끼리 당을 꾸려가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 기자는 “탈당한 친문이 이낙연 신당으로 갈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며 “탈당한 사람들이 조국 신당으로 가게 되면, 문 전 대통령이 거기서 일종의 상왕으로, 일자리 창출이 된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낙연 신당보다는 조국 신당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이다.

조국 신당 지지율은 새로운미래의 3배에 육박

최근 조국 신당의 약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실제로 파이낸스투데이와 더퍼블릭이 여론조사공정(주)에게 공동 의뢰하여 26~27일 양일에 걸쳐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선생님께서는 다음 중 어느 정당을 조금이라도 지지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국민의힘 44.0%, 더불어민주당 37.9%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국 신당은 6.2%를 기록했다. 반면 새로운미래는 2.2%, 이준석이 이끄는 개혁신당도 3.5%에 그쳤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당장 박영순 의원의 합당으로 ‘제3당’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새로운미래 입장에서는 적신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29일 채널A에 출연한 성치훈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에 대해 비판만 했지, 뭔가 새로운 대안 제3지대로서의 뭔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게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추가 입당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미래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대신 조국 신당이 대거 약진할 가능성 점쳐져

반면 조국 신당의 약진에 대해서도 성 부의장은 “기본적으로 이름 효과가 있다. 여론조사에 이름이 들어가게 되면 좀더 과대대표돼서 나온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친문 의원들에 대한 배척의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향수,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조국 신당을 대안으로 이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역시 28일 YTN라디오에서 조국 신당의 약진에 대해 “각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는다고 하더라도 비례대표는 대거 조국 신당을 찍을 것 같다. 이번 공천 파동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철옹성 같은 것을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비례 정당은 민주당 비례 대신 조국 신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조국 신당이 최소 15% 정도 이상 득표할 것이라 예측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180석을 예측해 ‘엄문어’라는 별명을 얻은 엄 소장의 예측대로라면, 제3정당의 타이틀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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