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테러로 의심되는 현상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분노한 선수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디도스 테러로 의심되는 현상으로 LCK 경기가 중단되자, 분노한 팬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20년 넘게 중계를 해왔지만 이런 초유의 사태는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을 느낀 건 처음인 것 같다", 28일 2024 LCK 스프링 T1과 피어엑스의 2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대한민국 e스포츠계의 리빙 레전드 전용준 캐스터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멘트였다.

LCK는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테러로 의심되는 현상 앞에 다시 한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번 디도스 공격 이후 LCK 측은 '디도스 프로토콜 마련했다', '디도스 공격 방안에 대한 대처 방안 마련했다' 등 나름대로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밝혔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2022년과 2023년, LCK 팀들은 2년 연속 세계 무대 정상에 서며 LCK의 위상을 널리 알렸으나, 디도스 공격으로 의심되는 현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LCK였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팬들만 입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LCK 측은 이날 경기는 1세트만 속개하기로 결정하였으며, 2세트는 추후 일정을 잡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5일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디도스 의심 현상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리그 자체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날 T1과 피어엑스의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경기 중단 소식을 접하고 sns 등을 이용하여 "리그 중단될까 봐 걱정된다", "녹화 방송으로 진행하는 걸 누가 좋아하겠냐", "사태 해결 전까지는 리그 중단이 좋아보인다", "진짜 무능하다. 한 번도 아니고 이게 뭐냐", "방어 준비했다더니 거짓말이었냐"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LCK 측과 라이엇 코리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팬들의 분노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롤파크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경기를 직접 관람하러 간 팬들은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원성 섞인 목소리를 내며 '디도스 의심 현상'에 비판을 쏟아냈다.

평일 늦은 저녁, 고된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힐링을 찾아 LCK 경기장으로 갔던 팬들이지만, 되려 짜증만 더 쌓인 셈이다. 그럼에도, 현장을 찾은 팬들은 T1 선수들과 피어엑스 선수들이 짐을 챙기러 오고 나갈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으며 격려해 주었다는 후문을 남겨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한편, 이날 LCK 측은 sns를 통해 "현재 LCK는 지속적인 디도스로 의심되는 공격을 받고 있다. 최선을 다해 대책을 세웠으나 계속해서 바뀌는 공격 패턴과 방식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T1 vs FOX 2세트는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팀과의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퍼즈가 걸리더라도 1세트는 완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2세트는 추후 일정을 잡아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계시는 관람객분들의 티켓은 전액 환불 조치될 예정이다. 경기 시청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진심으로 팬들에게 죄송함을 느낀다면, 말로만 '프로토콜'이니, '방어책'이니 운운하는 걸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이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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