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광주, 호남은 이미 객관적 평가 초월하는 존재
이들의 권력은 피해자이고 소수자라는 위상을 통해 발휘
주류 돼도 못버리는 비주류 의식, 反대한민국 정체성과 맞물려 증폭
586 운동권 퇴출과 호남의 변화 이끌어내는 게 첫 고비
호남을 혐오하는 자는 비판할 수 없고, 비판하는 자는 혐오하지 못한다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2021년 10월 19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윤석열은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은 인사말을 하던 도중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윤석열은 이어서 “이 분(전두환)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전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아젠다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여론은 벌떼처럼 들끓었다. 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다. <조국 흑서>의 저자들도 가세했다. 윤석열이 서울법대 재학 시절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이력이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논란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사건은 광주와 호남 그리고 5.18이 현재의 대한민국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987년 체제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말 그대로 신성불가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8과 무관한 전두환의 국정 운영의 성과와 원칙에 대해 나름 객관적인 평가를 했을 뿐인데 그것마저도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5.18과 광주, 호남은 이미 객관적인 평가를 초월하는 존재라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호남과 5.18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사례에서 드러난다.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광주 5.18묘역을 찾아 참배한다. 최근 들어서는 5.18묘역이 심지어 국립현충원보다 더 막강한 위상을 갖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헌법 전문에 5.18을 넣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21년 1월부터는 5·18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근거로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호남의 이런 위상이 호남의 독자적인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주사파와의 긴밀한 연대로 인해 이런 위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1987년 체제 대한민국의 위너이자 오너는 호남+주사파 연대이다. 호남과 주사파는 1980년대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에서 협력했고 그 투쟁의 결과 정치적 승리자의 위상을 획득했다. 이런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호남과 주사파가 절묘하게 상호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호남+주사파 연대는 말 그대로 환상의 복식조라고 할 수 있다.

주사파는 이념적 정체성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말 그대로 반(反)대한민국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친북종중 반미반일 그리고 반기업 반시장이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의 핵심이다. 원칙대로라면 이런 정체성으로 대한민국의 공식 부문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주사파들이 대거 대한민국 공식 부문에 진출하도록 만들어준 것이 호남이다. 호남은 산업화 당시의 소외와 5.18의 피해자 위상을 무기 삼아 주사파의 약점을 덮어주었다. 주사파의 정체성이 문제가 되면 ‘우리 호남도 그런 식으로 당했다’는 명분을 들이댔다. 주사파가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호남이 인적 물적 지원에 나섰고, 피신처를 제공했다. 인적 요소에서도 호남과 주사파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겹치는 경우가 많다. 주사파에서 호남 출신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은 국민적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호남의 약점은 전(前)근대성이다. 이는 산업화의 소외와 전통적인 농촌 사회 분위기에서 기인하는 특성이지만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호남 혐오를 불러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한때 정치권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용어로 쓰였던 ‘난닝구’가 바로 호남의 전근대성과 낙후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단어이다. 이런 전근대성을 커버해주는 최상의 무기가 젊음과 참신함이다.

주사파는 이념적 정체성의 약점과 달리 1980년대 학생운동을 기반으로 한 젊음과 참신함, 도덕성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이를 최대한 무기화했다. 그리고 이 무기를 활용해 호남의 전근대성과 낙후라는 약점을 덮어주었다. 노무현이 이런 참신성과 도덕성이라는 이미지를 차용해 성공한 정치인이고 좌파 진영은 지금도 이런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호남+주사파 연대가 위력을 발휘하는 형태는 독특하다. 사실상 87체제의 오너이면서도 자신들이 피해자이고 소수자라는 위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들의 권력은 사실상 피해자이고 소수자라는 위상을 통해 발휘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이들이 87체제의 오너가 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의 승리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에 직접 진출하지는 못했다. 1987년 대선에서 이들이 대표로 내세운 김대중과 김영삼 등이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후보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제도권 진출은 이후 김영삼의 3당 합당과 집권, 김대중의 집권을 기다려야 했다. 그때부터 비로소 대한민국 공식 부문은 이들에게 문을 열었고 그런 진출은 이후 노무현 정권 들어 봇물을 이뤘다. 그리고 문재인이 집권하면서 이들은 완전히 대한민국 주류의 위상을 차지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이들은 1987년 체제의 출범 당시 직접 제도권에 진출하는 대신 사회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대중을 조직화하고 갈등 요소를 의제화하는 풀뿌리 투쟁에 나섰다. 호남+주사파 연대는 이렇게 현장에서 발굴한 어젠다와 훈련시킨 인재들을 민주당에 공급하는 기지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호남+주사파 연대의 제도권 에이전트라고 볼 수 있다. 그람시 식으로 말하자면 진지전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런 진지전에서 이들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내세운 것이 피해자 및 소수자의 위상이다. 사실상 1987년 체제의 승리자이자 가장 강력한 기득권자이면서도 이들은 제도권에 들어가지 못하고 풀뿌리 현장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억울하다, 우리들이 당했다, 우리들이 피해자다, 그러니 우리에게 보상하라’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사실상 1987년 체제의 승리자이자 대한민국의 주류인 호남+주사파 연합이 이렇게 소수자 및 피해자의 논리를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우면서 이런 논리가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주류 논리로 작용하게 됐다. 소수자이자 피해자임을 강조해야 주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 전도 현상이다. 이런 소수자 및 피해자 논리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 세월호 난동이고 광우병 광란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요구이다. 그리고 이들이 공통으로 참배하는 성지가 5.18묘역이다.

둘째, 호남+주사파 연대가 소수자의 위상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그들의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대한민국의 그것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호남+주사파 연대가 아무리 87체제의 위너이자 오너의 위상을 갖는다 해도 그들의 정체성은 반(反)대한민국이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부흥시킨 이승만 박정희에 대해 뿌리 깊은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그들은 본질적으로 대한민국 체제의 서얼(庶孼)일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 좌파 진영에서 레짐체인지 얘기가 자주 튀어나왔던 것도 이 문제를 대하는 민주당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신들의 정체성이 초래하는 충돌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이 충돌 즉 피해자 및 소수자 위상이 자신들의 권력의 근간인데 동시에 이런 위상으로는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없다는 딜레마인 것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호남+주사파 연대가 동원하는 마약이 반일 정서이고 죽창가이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긴급 투약하는 주사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주사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과 좌파 연대의 적대성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주사제로 인해 투약 대상인 대한민국의 체질이 심각하게 망가져 간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이런 존재론적 한계로 인해 초래되는 현상이 무책임성이다. 이들은 1987년 체제의 오너로서 대한민국의 의사 결정과 자원 배분을 주도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부동산의 실제 주인이면서 등기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는 사기질에 가깝다. 이들의 피해자연(然), 소수자연(然) 하는 스탠스가 가능한 것도 이런 사기가 대중에게 먹혀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남+주사파 연대 가운데 누가 더 주도적인 세력일까? 22대 총선의 핵심 어젠다로 떠오른 586 운동권 척결 명제를 보면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다.

586 운동권이란 사실 주사파 집단을 말한다. 그들이 노골적으로 반(反)대한민국 정체성을 드러내고 반역 행보를 해도 대한민국 정치계와 사회, 문화계는 거기에 대해 눈감았다. 심지어 그들의 행보를 찬양하고 권장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1987년 체제가 헌정적으로는 6공화국이라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종말을 고한 것이다.

586 운동권 척결은 이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이 사실이 호남과 주사파 등 좌파 패권의 양대 축 가운데 누가 본진인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제 주사파 척결은 공론화가 가능하지만 아직도 호남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사실에서 호남+주사파 연대에서 호남이 진짜 본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진짜 지배층은 호남 그 중에서도 주사파 집단이라고 봐야 한다.

6공화국은 무려 36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 사실은 두 가지를 입증한다. 첫째는 이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이런 만족도가 본질적으로 이 체제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둘째는 이 체제가 강고하게 대한민국의 변화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레트로 감성이 넘쳐흐르고 먹방이나 트롯 등 흘러간 가요 오디션이 유행하는 것도 이 나라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당장 눈앞의 현실에서 먹고 쓰고 싸고 빚 잔치 하고 끝내자는 마인드에 다름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밈이나 수저론이 유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미래 전망이 실종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강고하게 반(反)대한민국 가치관과 정서를 확산시키고 건강한 시장 질서의 정착을 가로막는 호남+주사파 연대를 해체해야 한다. 이들의 정치적 권위를 무너뜨려야 한다. 586 운동권 퇴출은 그 첫걸음이다. 최근 <건국전쟁> 돌풍은 그동안 좌파의 정치적 권위 앞에서 비참하게 마이너의 위상과 서얼 대접을 감수해야 했던 대한민국 세력의 복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국전쟁> 영화는 1948년 정부 수립과 6.25 전쟁을 중심으로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업적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대한민국의 건국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제헌헌법 당시부터 우리나라 헌정질서에 파고든 전체주의 사회주의 좌파 세력 및 가치관과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투쟁의 가장 결정적인 고비가 바로 호남의 변화이다. 호남을 혐오해서는 안되지만 호남의 잘못과 문제점을 정면에서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호남을 혐오하는 자는 비판할 수 없고, 비판하는 자는 혐오하지 못한다. 사실 이것은 우리나라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정직성 문제이다. 우파뿐만이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호남의 문제점을 대부분 알고 있다. ‘난닝구’ 발언을 시작한 것이 진중권이라는 것에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지식인들은 좌우 막론하고 호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성역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지적 정직성을 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니, 이대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비싼 돈 들여 지식인 특히 인문계열 지식인을 키우는 이유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발언하라는 명령이다. 이런 명령을 외면하는 자는 지식인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前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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