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충청지역 국민의힘 강세 지속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 유권자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에 따라 지지정당을 결정하는, 이른바 ‘본적투표’ 경향이 매우 강했다.

영남 출신은 국민의힘, 호남 출신은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왔다. 자신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태어난 경우에도 부모님의 고향, 집안 분위기에 따라 이런 특성을 보였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수도권에서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영남에 비해 산업화, 개발이 뒤쳐졌던 호남 사람들이 대거 상경(上京)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호남 못지않게 수도권에 다수 이주한 충청출신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 지지로 정치적 입장을 정하는 ‘충청+호남 유권자연합’ 현상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충청출신 유권자들이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3김 정치’를 이끌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역할이 컸다.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만 해도 충청지역 및 충청출신 유권자들은 보수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1987년 13대 대선에서 JP가 충청도에 기반을 둔 신민주공화당을 창당, 가세함으로써 영호남에 이어 충청도까지 분할되는 3각 지역할거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대선에서 김종필 후보는 180여만표, 8.06%를 득표하는데 그쳤지만, 5개월 뒤인 1988년 개월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35석을 차지했다.(전국구 정당 득표율은 15.8%)

1987년 대선, 다음해 총선에서 JP는 “경상도 전라도 출신들만 좋은 것 다하고 충청도는 핫바지냐”는, 이른바 ‘충청도 핫바지론’을 내세워 충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수도권 지역마다 그동안 없던 충청향우회가 속속 만들어지면서 충청출신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50석의 대형 정당으로 약진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김종필 두 사람이 힘을 합친 ‘DJP연합’은 <충청+호남 유권자연합>이 생겨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수도권의 충청출신 유권자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성향으로 바뀌었다.

수도권에서 <충청+호남 유권자연합>의 위력은 경기 서남부 민주당 강세지역은 충청+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60%를 훌쩍 넘어서고 서울에서도 대부분 50%를 넘어서는 것에서 알 수 있다.

17,18대 총선때 경기도 부천에서 당선된 차명진 전 의원은 19,20,21대 총선에서는 연거푸 낙선했는데, 여러차례 <충청+호남 유권자연합>을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선거구도상의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20년 이상 유지돼온 <충청+호남 유권자연합>도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충청지역의 표심이 변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대전(49.55%)과 세종(44.14%)에서는 박빙우세 및 열세를 보였지만, 충남(51.08%, 이재명 후보 44.96%)과 충북(50.67%, 이재명 후보 45.12%)에서는 비교적 여유 있게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전국 단위 여론조사인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의 정당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청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44% 민주당은 27%로 나타났다.

총선투표와 관련해서도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5%,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0%였다.

해당 조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표본은 1002명, 응답률은 15.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

이에 앞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충청지역의 정당지지도는  대부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총선에서 충청권의 선거 결과는 수도권과 거의 연동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전 유성구에서 민주당으로 5선을 한 이상민 의원이 얼마전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데는 이처럼 변하고 있는 충청지역의 분위기 또한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충청도의 이같은 민심 변화가 수도권에 곧바로 연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유지돼온 ‘본적투표 성향’을 감안하면, <충청+호남 유권자연합>의 균열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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