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25일 한국전력이 200조원 이상인 적자를 해결한다며 직원 복지 삭감 등이 포함된 쇄신안을 내놓은 가운데, 한전 내부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한전 경영진이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응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한전이 밝힌 자구책은 '직원 복지 삭감'이다. 구체적으로는 그간 설·추석 등 주요 명절, 근로자의 날, 회사 창립기념일, 노조 창립기념일에 직원들에게 지급됐던 지원비를 폐지한다.

한전은 전 직원에게 지원금 명목으로 설·추석에는 40만원씩, 근로자의 날, 회사 창립기념일, 노조 창립기념일엔 10만원씩 지급해왔는데 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더해 휴무일이었던 회사 창립기념일과 노조 창립기념일은 내년부터 정상 근무일로 바뀐다. 유급 휴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구책을) 낼 게 없으니 그런 건 이해한다"면서도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거 아니겠나"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자 이자 내기에도 부족할 복지를 줄인다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한전 내부 사람들은 '전 정부가 국민들 눈치 보느라고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적자가 생긴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며 "실제로도 그래서 적자가 심해진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 정부도 다섯 번인가 올렸다고는 하는데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 "한전 적자가 직원들 때문이 아니란 것은 정부도 알고 있겠지만 '한전 내부에서 쇄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없으니 이런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직원들 때문이 아니라 전 정부 탓 아니겠느냐"며 "누가 봐도 원인이 뻔히 나와 있는데 다른 데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 노조는 정부에 비교적 협조적이기 때문에 해당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등 적극적인 목소리는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전에서는 이외에도 직원 복지 형식으로 일년에 한번 정도 휴가를 갈 수 있게 호텔 등과 계약을 맺었었는데 그런 것도 다 없앴다"며 "한전이 제일 크고 형님과도 같은 공기업이라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구책이랍시고 갑자기 복지를 없애버리면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다른 공·사기업들도 이정도 복지는 있지 않나"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기요금을 제때, 적정 수준으로 못 올려서 이 꼴이 난 것 아니겠느냐"며 "경영진도 뻔히 알고 있으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라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도 마찬가지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의 복지 삭감안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형편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한전도 이런 자구책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의견인 반면, 회의적이라는 쪽에서는 "부채가 200조원인데 250억 아껴서 뭐하나, 산업용 전기요금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날 열린 '비상경영·혁신위원회' 토론회에서 "한전이 초유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과감한 변화와 근원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