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거전'에서 김숙흥 역을 맡은  (사진=배우 지승현 sns)
'고거전'에서 김숙흥 역을 맡은 배우 주연우(왼), 양규 역을 맡은 배우 지승현(오).(사진=배우 지승현 sns)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하 고거전) 원작자와 드라마 작가들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원작자 길승수 작가는 최근 드라마의 전개와 관련하여 고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으며, 시청자들도 "양규 장군의 전사 이후 판타지 드라마가 됐다"며 지적했다.

지난 2023년 11월 첫 방영된 '고거전'은 탄탄한 스토리도 주목을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철저한 역사 고증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전투 장면에서도 이전 사극에서는 장수들이 철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칼에 쉽게 베여 목숨을 잃은 것과는 달리, '고거전'에서는 '칼에 쉽게 베이지 않고 여러 명이 달라붙어 갑옷을 해체'하는 역사적인 고증이 반영되어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다양한 장면에서 섬세할 정도로 역사 고증을 반영한 것은 이전 사극들과 '고거전'의 큰 차이점이자 장점으로 작용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차, 3차 재생산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8회에서 이현운이 실제 사서에 묘사된 그대로 "새 일월을 본 자가 어찌 옛 산천을 그리워하겠사옵니까?"라며 고려를 배신하고 거란 황제 야율융서에게 충성을 고하는 장면과 이를 보고 분노한 강조가 이현운을 걷어차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이처럼 '고거전'의 장점으로 평가받던 대목 중 역사 고증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시청자들 뿐 아니라 역사 학자들도 '고거전'의 역사 고증을 높게 평가하며 호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와의 갈등 과정에서 '고거전' 드라마 제작진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드라마"를 강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정우 작가는 "(소설과 드라마는)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에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주장했다.

거란의 황제 야율융서 역을 맡은 김혁 배우도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너무 답답해 솔직하게 제 의견을 말하면, 드라마다"며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만든 100% 역사 고증 프로가 아니라, 고증을 토대로 재창조해 드라마로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으로써 봐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고거전' 제작진과 배우들의 말처럼 '고거전'은 드라마가 맞다. 하지만, '고거전'이 왜 "이전 사극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는지, 그리고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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