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종로구의 민주당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로 굳혀지는 분위기이다. 그 과정에서 권양숙 여사가 사위 공천을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종로 지역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종로 지역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 변호사는 2022년 7월 종로구 지역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현 지역구 의원은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이번 총선에서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검토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전 장관과 급을 맞추기 위해서 전략공천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이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무현 오른팔’ 이광재, ‘노무현 사위’와 대결구도 피해...권양숙 입김 관측은 부인해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현재 종로는 민주당의 전략공천지로 분류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진들이 출마 의사를 속속 밝혔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됐고, 최근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종로 출마 의지를 밝혔다. 경기 안양시 만안에서 5선을 지낸 이종걸 전 의원도 종로 출마를 공식화 했다.

그런데 지난 5일 이 전 총장이 돌연 “이익보다는 인연을 지키겠다”며 종로 불출마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오랜 시간 각별한 인연을 함께했다”며 “출마 지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종로에서 출마한 곽상언 변호사를 응원하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

이어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바르게 살겠다. 노무현과의 인연, 노무현의 가치를 지키는 길을 가겠다”며 “저의 출마 지역은 사랑하는 민주당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출마해 재기를 꿈꿨으나,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 전 총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각별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 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해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다. 이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곽 변호사와 경쟁할 경우 ‘노무현 오른팔과 노무현 사위의 구도’가 형성돼 부담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당 내부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친명과 비명의 다툼으로 시끄러운데, 친노끼리의 경쟁이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권양숙, 종로 공천 개입설 무성...‘사위’가 맞이한 이재명에게 ‘늦은 점심’ 대접해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지난번에 권 여사가 서울 올라왔을 때, 이재명 대표를 따로 만나서 ‘우리 사위 제발 공천 좀 해주세요’라고 읍소를 하고 갔다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위원은 “권 여사가 이광재 전 총장을 만나서도 ‘왜 우리 사위 앞길을 막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밝혔다. 권 여사의 사위 사랑에 이 전 총장이 종로 출마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은 1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 불출마 선언한 배경에 권 여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전 총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 여사가 이 대표에게 ‘부탁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1일 이재명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도 권 여사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래 봉하마을과 평산마을 방문이 당일 일정으로 예정됐지만, 권 여사가 이 대표에게 “늦은 점심이라도 꼭 대접하고 싶다”고 요청해 1박2일 일정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곽 변호사는 이 대표가 봉하마을을 방문하던 날, 집 앞으로 나와 이 대표를 맞이했다. 당일 권 여사가 이 대표에게 ‘사위 공천 문제’를 다시 부탁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4.1.1.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4.1.1. [사진=연합뉴스]

친명계 전현희, 종로 예비후보 등록...이재명과 엇박자?

이 전 총장이 종로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친명계를 자처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8일 종로 예비후보 검증 신청 서류를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전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종로구 조계사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지난 19일에는 종로 지역구의 국회의원 총선 민주당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현재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 전 위원장은 친명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6월 범친명계 측에서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추천을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전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에 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친문 인사이다.

전 전 위원장이 이광재 전 총장의 종로 불출마 선언 이후 종로 출마 의지를 다지는 데 대해,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친문으로 친노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 전 위원장의 종로 출마에 이재명 대표의 뜻이 반영됐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현종 위원은 “권양숙 여사가 전현희 전 위원장까지 안 된다고 해서, 전 위원장을 성남 중원, 윤영찬 의원의 지역으로 전략 배치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권 여사로부터 부탁을 받았지만, 당내에서 공표까지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전후 사정을 몰랐던 전 전 위원장이 눈치없게 종로 출마 의지를 혼자 불태웠다는 관측이다.

사위 곽상언, 돌연 노무현과의 마지막 통화 공개

이광재 전 총장의 종로 불출마 선언에 이어, 전 전 위원장의 종로 불출마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곽상언 변호사는 연일 노무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곽 변호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노 전 대통령과 나눈 마지막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곽 변호사는 "어르신께서는 서거하시기 며칠 전 내게 전화하셨다.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어르신을 바꿔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잘 견뎌주게. 우리 딸 부탁하네. 고맙네'라고 말씀하셨다. 어르신께서 내게 전화를 하신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르신의 죽음은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잊지 못하는 사건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내 삶 속에도 어르신의 죽음이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의 내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곽 변호사가 민주당의 후보로 종로구에 출마하기까지는 한 번의 고비가 더 남아 있다. 현재 지역구 조정에 따라 ‘중구와 통합될 가능성’이다. 중구는 친명계 박성준 의원의 지역구이다. 중구와 종로구가 통합되는 상황에서도 곽 변호사가 공천을 받게 된다면, 권 여사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확실해지는 셈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총선 표 계산법에 따라 곽 변호사와 전 전 위원장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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