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4월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발언의 진의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대표가 언제 어떻게 말을 바꿀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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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원희룡 자객공천’을 몰랐다고?...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이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단과 가진 비공개 차담회에서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그대로 나가지, 어디를 가느냐.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원희룡 전 장관이 이 대표가 지역구를 바꾸면 따라가겠다고 한다”는 기자의 물음에는 “저를 왜 따라오느냐. 이해가 안 된다”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희룡 표적 공천을 몰랐던 사실인양 대응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앞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돌덩이 하나가 길을 가로막는데, 제가 온몸으로 치우겠다”며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원 전 장관의 선공에 이 대표가 차담회 발언으로 화답함으로써 ‘명룡(이재명-원희룡) 대전’이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이 대표의 비례 출마 가능성과 심지어 불출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는 딜레마 변수는 3가지 정도로 꼽힌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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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프레임(FRAME) 딜레마= “도망가는 모양새로 비치면 안 돼” VS. “원희룡에게 지면 모든 걸 잃어”

원 전 장관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계양을 출마에 무게가 더 실리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지역구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비례대표를 달고 나설 경우 자칫 도망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표가 계양을 사무실을 대로변에 가까우면서 넓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 주변에서 비례도 할 수 있다, 불출마도 할 수 있다 하는데, 그렇게 도망갈 일은 아니다”며 “원 전 장관이 계양을에 출마한다는 얘기는 이미 한참 전부터 예고했던 얘기이기 때문에 붙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비례로 가거나 불출마 하면 이 대표의 비겁한 태도의 연장선으로 생각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대표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진중권 작가는 시사저널TV에서 “원 전 장관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지면 모든 게 아웃이다”라고 진단했다. 원 전 장관이 계양을에서 이 대표를 이길 경우 총선의 공신이 될 뿐만 아니라, 일약 대선 후보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겨도 당연한 거고, 지면 망신인 싸움’이라는 것이 진 작가의 분석이다.

진중권, “총선 프레임이 ‘윤석열 심판론’에서 ‘이재명 심판론’으로 바뀔 것”

특히 진 교수는 “전체적으로 정권 심판의 기조 가운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재명 심판’ 프레임으로 가버린다는 점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선 프레임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서 ‘이재명 vs 원희룡' 대결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원 전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계양을 출마를 밝혔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께서 대한민국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고 있고, 인천 시민이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처럼 원 전 장관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겠다며 선점한 마당에, 이 대표가 물러서거나 우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2024.1.16.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2024.1.16. [사진=연합뉴스]

② 선거법 딜레마= ‘병립형 절반’으로 선거법 개정돼야 비례대표 출마 가능해

하지만 이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여야간 22대 총선의 선거 제도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절반, 연동형 비례대표제 절반’이라는 절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47석인 비례대표의 절반을 ‘병립형’으로, 절반을 ‘연동형’으로 뽑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를 비례대표로 보내기 위한 일종의 ‘편법’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펜앤드마이크 1월 18일자 <‘병립형 절반’은 이재명을 위한 ‘편법’...용혜인 제안이 ‘위성정당’과 다른 점은?> 제하 보도 참조.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모호한 입장이다. 이 대표로서는 민주당 몫의 비례대표 의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병립형으로의 회귀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연동형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공약을 번복할 명분이 부족하다.

여야가 선거구제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47석 전체를 ‘연동형’으로 배분하게 된다. 4년 전 선거제 합의 당시 연동형을 최대 30석으로 한다는 경과조치를 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 캡이 풀려 47석 모두 연동형으로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할 길이 막힌다.

따라서 지난해말까지 이 대표는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이 위성정당에 해당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해왔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긍정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47석인 비례대표의 절반은 ‘병립형’으로, 절반은 ‘(준)연동형’으로 뽑는 안을 여당과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돌연 밝혔다. 용 의원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빌미로 삼아 ‘병립형 절반’을 공론화하려는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용 의원이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사실상 민주당 측 ‘위성정당’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병립형 절반'을 제안한 이유는 이 대표의 비례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설마 이 대표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비례대표로 나서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당에 거주하던 이 대표가 계양을로 지역구를 바꿔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③ 이낙연 딜레마= 이낙연까지 계양을에 나오면 불출마 가능성은 더욱 커져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명룡대전 성사 가능성은 낮다”며 이 대표의 불출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최 전 수석은 “현행 비례대표 제도가 유지된다면, 이 대표가 비례로 출마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최 전 수석은 이 대표가 민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라며, “총선을 이끄는 대표가 내려놓고 불출마하고, 민주당 대통령들은 다 국회의원이 아닌 상태에서 대통령에 도전을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출마를 하게 된다면 계양을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을 검토하거나 비례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불출마 가능성은 친명인 정봉주 전 의원도 지난 17일 CBS라디오 방송에서 거론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목적이 국회의원 한 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전 의원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의 불출마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좋은 충고 중에 하나라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 후보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 대표의 선택이 ‘불출마’ 쪽으로 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신당과 미래대연합의 신당 쪽에서 계양을에 후보를 낼 경우, 이 대표의 표를 깎아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준석, 이낙연과 이재명 대결을 부추겨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와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19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의 비민주적인 당 운영에 대해서 지적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저라면 계양(을)에 간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의 이번 총선 불출마에 대해 "지금 시점에 도전을 하지 않으신다 그러면 저도 그렇고 많은 국민들도 그렇고 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제가 만약에 비슷한 위치였다면 호남 출마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진행자가 '본인도 계양을에 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이재명 피해자에 가까운 분이 가셔야지 말이 되는 거지, 저는 굳이 따지자면 윤석열 피해자"라며 "약간 궤가 다르다"고 답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계양을로 갈 가능성은 낮지만, 이낙연 신당의 주자가 계양을에 출마할 경우 원 전 장관의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 대표가 불출마할 요인은 커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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