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정치개혁’ 요구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위원장이 밀어붙이는 정치개혁 공약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지난해 12월 취임할 때 밝혔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이고, 둘째는 지난 10일 밝힌 '금고형 이상 확정된 국회의원의 재판 기간 세비 반납'이다. 특히 후자에 대한 민주당의 호응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정치개혁 이슈이다. 때문에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특유의 ‘묵살 화법’으로 일관해왔다.

홍익표의 잘못된 반격= 정치개혁과 전혀 무관한 ‘허수아비’ 만들어놓고 한동훈 주장을 비난

그런데 지난 11일 사달이 났다. 한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 반납과 관련해 "민주당이 반대하면 우리 당이라도 총선 공천에 반영해 서약서를 받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위원장이 '정치인의 방탄 재판을 막기 위해 금고형이 확정되면 세비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한 위원장도 정치인이 다 되셨다"면서 "이게 정치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민 일반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으로 재판 진행 중인 뭐 기업대표, 재벌총수들 재판 많이 받으시잖아요. 그런 분들, 또 노동자분들, 일반 서민들 모두 그러면 재판 진행 중이면 월급 안 줄 거냐"면서 "당장 헌법소원에 들어가는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정말 영장 청구해서 기각되면, 그 해당 수사 영장 청구했던 검사 월급 한 30% 깎고, 해당 정치인 무죄 나오면 수사기간 동안 검사 월급 전부 다 100% 안 주고 그렇게 하실 거냐"고 반격했다.

이같은 홍 원내대표의 논법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straw man fallacy)에 해당된다. 이는 상대방의 입장과 피상적으로 유사하지만 사실은 비동등한 명제인 ‘허수아비’를 만들어넣고 그 허수아비를 반박하는 논법이다.

한 위원장의 원래 주장은 ‘금고형 이상 확정된 국회의원의 재판기간 세비 반납’이다. 그 목적도 방탄국회를 막는 데 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재판에서 형이 확정된 재벌총수와 노동자 월급 반납”,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해당 검사의 수사기간 월급 반납”등과 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반격을 가한 것이다.

금고형이 확정된 국회의원의 세비 반납은 ‘방탄국회를 막고 깨끗한 정치를 실현한다’는 국민적 당위성을 가진 명제이다. 홍 원내대표가 만든 허수아비들은 그런 당위성과 전혀 무관하다. 즉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 이슈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황을 가정해놓고 한 위원장의 비판을 주장하는 언어 놀음을 벌인 셈이다.

한동훈의 명쾌한 재반박= 홍익표 주장이 내포한 ‘의도적 왜곡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이대로 넘어갔다면 홍 원내대표의 허수아비 공격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채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명확하게 홍 원내대표의 주장이 내포한 ‘의도적 왜곡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제16차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피고인 무죄 시 검사 월급도 반납하느냐”는 홍 원내대표의 반박 논리에 대해 재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홍 원내대표 주장대로라면) 국회의원도 법안 발의했다가 통과 안 되면 (월급) 반납한다는 건가. (내 주장이) 그런 거 아니지 않나"라며 "그런 억지 비유는 좀 이상해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의 주장이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한 것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홍 원내대표가 그런 식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한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어 "(홍 원내대표가) 서민, 기업인, 노동자는 재판이 확정되면 월급 반납할 거냐고 했던데, 그분들은 피같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국회의원 특권을 얼마나 내려놓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정치개혁을 할 건지(를 놓고)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억지비유를 동원해 ‘금고형 확정된 국회의원의 재판기간 세비 반납’ 요구를 반박하려던 홍 원내대표가 허를 찔리면서 망신을 당한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뇌물 및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에서 '공천 적격' 판정을 받은 점도 거론하면서 "세비 반납에 반대하는 민주당 입장대로라면 (노 의원도) 세비를 그대로 다 받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볼 때는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세의 고삐 조인 한동훈= “이재명 대표를 보호해야 하는 민주당은 절대 못해...우리는 먼저 실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14일 오후 충남 예산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제안한 두 개의 정치개혁 공약에 대해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묻는다. 이 두 가지 받을 건가, 안 받을 건가"라면서 "민주당은 내가 이거 물어볼 때마다 그냥 넘어간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면, 내가 말한 이 두 가지에 반대할 이유가 있나"라며 "죄 안 지으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과 똑같은 대접을 사법 시스템에서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재명 대표를 보호해야 하는 민주당은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서 "민주당이 자기들 방어를 위해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먼저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이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 제안에 대해 묵살하거나 홍 원내대표처럼 허수아비 공격과 같은 왜곡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낙연 발언에 담긴 속사정= “민주당은 도덕성 상실, 민주당 국회의원 167명 중 44%, 아니 41%가 전과자”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밤 UBC 울산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도덕성과 다양성을 잃어버렸다"며 "민주당 국회의원 167명 중에서 68명이면 44% 정도인데, 44%가 전과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적으로 맹비난을 퍼부었다.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본인(이 전 대표)이 어떻게 보면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의 그런 많은 희생의 대가로 여기까지 온 분 아니겠느냐"라며 "꽃길만 걸어오신 분"이라고 비판했다.

궁지에 몰린 이 전 대표는 다음날인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 국회의원 44%가 전과자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 시민단체의 통계를 인용한 발언이다"면서 "계산해 보면 44%가 아니라 41%가 맞다"고 바로잡았다. 민주당 국회의원 전과자 비율이 44%가 아니라 41%라고 해서 민주당이 깨끗한 정당이라고 여길 국민은 거의 없다. 이 전 대표가 해명 아닌 해명을 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운데)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 비명(비이재명계)계 탈당 그룹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운데)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 비명(비이재명계)계 탈당 그룹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무엇보다도 그 숫자에는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도 꽤 많이 포함된다"면서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민주화 영웅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한다. 그 발언을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과자 비율을 소폭 하향 조정하면서 애매하게 사과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국회의원 중 40%가 전과자인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금고형이 확정된 국회의원의 재판기간 세비 반납’ 요구를 받아들 수 없다는 것이 속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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