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이후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21일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갤럽의 월례 조사에 따르면 여러 가지 관점에서 크게 의미있는 변화가 포착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 중봉 성파대종사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 중봉 성파대종사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펜앤마이크가 지난해 6월, 9월, 10월, 11월, 12월 그리고 올해 1월 12일 등 6차례 갤럽 정례 조사 중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부분만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7개월 간 한국갤럽 조사 분석해보니...한동훈 지지도 2배 상승...4‧10 총선 판도 변수 부상?

당초 한 비대위원장이 기용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기존 이미지와 정치초년병이라는 한계 등으로 인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이나 청년층 여론을 견인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갤럽 조사에서 드러난 추이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흉기 피습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정여론에 의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비해 한 위원장은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10총선 구도에 이같은 차기 주자 지지율 판도 변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정치권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가 차기 주자 지지율 판도와 같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동훈 효과가 서울과 경기인천 선거에서 바람몰이로 연결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여야 정당 지지도 혼조세, 정부·여당 지원론 하락세...한동훈 지지도만 나홀로 상승세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질문에 대해 이재명 대표 23%, 한동훈 위원장 22%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홍준표 대구시장·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3%,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세훈 서울시장·김동연 경기도지사 1% 등이다.

선명한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한 이 대표와 한 위원장 간 격차는 1%포인트(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내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 조사인 12월 2주 차 대비 6%p, 이 대표는 4%p 상승했다.

반면에 여야 정당 지지도는 혼조세이다. 국민의힘이 36%, 민주당이 34%를 각각 기록해 4주 전인 12월 조사와 동일한 결과이다. 한 위원장의 등판, 이 대표의 피습 등 복잡한 정치상황 이 얽히고설켜서 여야 모두 이해득실을 따지기 어려운 것이다. 이 대표가 답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한 위원장 지지도만 대폭 상승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정부·여당 견제론이 지원론보다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22대 총선 결과 기대를 물은 문항에서 '여당 다수 당선'은 35%, '야당 다수 당선'은 51%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3월 조사에선 정부 지원론(42%)과 견제론(44%)이 오차 범위내에서 각축전을 벌였으나, 4월부터 견제론이 우세해져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견제론이 우세할 경우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 [사진=한국갤럽 여론조사 캡처]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 [사진=한국갤럽 여론조사 캡처]

7개월 간 이재명 지지도 답보 상태, 한동훈 지지도는 2배로 급등...정부 지원론으로 연결될까?

따라서 한 위원장의 지지도 상승세가 정부 지원론으로 연결될지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이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이 아니라 조사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이다. 둘째, 조사원이 후보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가 스스로 답한 인물을 기록해 집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ARS에 의해 후보 이름을 거명해주는 객관식 설문조사보다 국민의 실제 여론에 근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위원장은 2022년 6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4%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점진 상승했으며 이번에 얻은 22%가 최고치다. 지난해 6월 이재명 22% 한동훈 11%, 지난해 9월 이재명 19% 한동훈 12%, 지난해 10월 이재명 22% 한동훈 14%, 지난해 11월 이재명 21% 한동훈 13%, 지난해 12월 이재명 19% 한동훈 16% 등이었다.

지난 7개월 동안 이 대표 지지도는 답보 상태인데 비해 한 위원장 지지도는 2배로 급등한 것이다.

갤럽 관계자는 "한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연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사실상 양당 정당 대표가 나란히 선호 장래 지도자 선두권을 형성하게 됐다"면서 "주로 소속 정당 지지자, 동종 성향층에서의 변화이다. 20대 성향 중도층, 무당층 등에선 이 둘이 엇비슷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자(359명) 중에서는 53%가 한동훈을 꼽았고 (의견 유보 28%), 민주당 지지자(341명) 중에서는 56%가 이재명을 지지했다(의견 유보 27%).

총선 변수 1= 한동훈 서울 지지도, 7개월에 걸쳐 3배 상승...점진적 상승 추세 보여

하지만 이같은 갤럽측 분석은 주요한 지지도 변화의 포인트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한 위원장의 지지도가 서울과 인천/경기지역에서 이재명과 양자구도를 형성하게 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 지지도의 경우 지난해 6월 이재명 20% 한동훈 6%, 지난해 9월 이재명 19% 한동훈 12%, 지난해 10월 이재명 21% 한동훈 13%, 지난해 11월 이재명 17% 한동훈 18%, 지난해 12월 이재명 18% 한동훈 16% 등이었다.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이재명 21% 한동훈 19%였다. 한 위원장의 서울 지지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한 위원장의 전국 지지도가 7개월에 걸쳐 2배 오르는 동안 서울 지지도는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총선 변수 2= 한동훈 인천/경기 지지도, 답보 상태였다가 비대위원장 취임으로 10% 급등

인천/경기 지지도의 경우, 지난해 6월 이재명 24% 한동훈 11%, 지난해 9월 이재명 21% 한동훈 9%,지난해 10월 이재명 26% 한동훈 13%, 지난해 11월 이재명 20% 한동훈 12%, 지난해 12월 이재명 22% 한동훈 14% 등이었다.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이재명 23% 한동훈 23%로 첫 동률을 기록했다.

인천/경기지역에서 한 위원장의 지지도 상승세는 서울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울에서는 지난 7개월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데 비해, 인천/경기에서는 답보 상태를 보이다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10%포인트에 육박하는 지지도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총선 변수 3= 한동훈, ‘무주공산’인 18~29세 지지도에서 첫 선두 기록

연령별로 볼 때 20대 지지도에서 한 위원장이 지난 12일 조사에서 처음으로 10%대 지지도를 획득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18~29세의 경우 의견유보가 매번 60%를 넘길 정도로 중도층 혹은 무응답층이 가장 많다. 장래 대통령감을 직접 지목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 동구 아스티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 미래 일자리 현장 간담회에서 청년 정책을 약속하고 있다. 2024.1.10.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 동구 아스티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 미래 일자리 현장 간담회에서 청년 정책을 약속하고 있다. 2024.1.10.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지난해 6월 이재명 8% 한동훈 7%, 지난해 9월 이재명 9% 한동훈 5% 홍준표 8%, 지난해 10월 이재명 11% 한동훈 8%, 지난해 11월 이재명 9% 한동훈 7%, 지난해 12월 이재명 5% 한동훈 6% 홍준표 10% 등이었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18~29세 연령층에서 단 한 번도 10%대 지지율을 얻은 적이 없다. 오히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에 10%를 기록했다.홍 시장의 ‘사이다 발언’이 공정성을 중시하는 20대의 정치 감성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이재명 9% 한동훈 11%로 나타났다. 비대위원장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한 위원장의 탈권위주의적 정치 행보가 20대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군소후보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올 때 그 원동력은 20대 청년층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 위원장이 무주공산인 18~29세에서 약진을 지속할 경우 4‧10 총선에서 ‘한동훈 바람’은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본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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