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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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를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은 11일 "9일 원고(최 회장) 측에서 새로운 소송 위임장을 제출해, 이날 배당권자에게 재배당 사유 해당 여부에 관해 검토를 요청했다"며 "배당권자는 검토요청 사유, 재판의 진행 경과 및 심리 정도, 법관 등의 사무 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 의견 8호의 규정 취지를 종합해, 재배당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이날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재판부 재배당을 검토하면서 연기됐다. 앞서 최 회장 측이 첫 재판을 앞두고 김앤장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데 따른 것으로 재판부 재배당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노 관장 측은 양측이 서면 46차례, 재판부의 석명 요청 여러차례, 수백 건의 증거제출을 하는 등의 재판 절차를 거쳤음에도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것은 재판부 재배당을 노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 관장 측은 전날 입장문에서 "최 회장 측은 변론기일을 이틀 앞두고 항소심 재판부와 인척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근무하는 김앤장을 갑자기 선임해 재판부 재배당을 꾀하고 있다"며 "10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보유한 김앤장을 동원해 재벌의 금권을 앞세운 농단이며, 재계 2위의 SK그룹의 총수로서 해서는 안 될 법과 사회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이 재산 분할과 위자료 청구 취지를 확장하고,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쟁점을 이 소송에서 추가로 주장하면서 김 이사장 소송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것"이라며 "노 관장 측이야말로 항소심 재판부 변경을 위해 특정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쇼핑을 했다"고 반박했다.

노 관장 측은 "인척 관계가 존재하는 김앤장이 선임돼도 이를 감수하고 재배당 없이 신속한 재판의 진행을 요청하는 절차 진행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법원이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재판부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 관장 측이 지금 재판부의 판결 성향이 본인에게 더 유리한 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판부 변경을 막으려한다고 본다. 두 사람의 항소심 재판부는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강상욱·이동현 고법판사)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해 11월 2일 한 부부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가정주부인 아내가 결혼기간 중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결혼생활 도중 상속·증여 받은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게 기존 판례였다.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가 3000만원을 넘는 경우는 드문데,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해 6월 유책 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억원으로 정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책 배우자인) A씨는 경제적 측면에서 (상대방인) B씨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으면서도 상당기간 다수의 여성과 여러차례 부정행위를 하는 등 정신적·육체적 측면에서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 등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며 "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진 A씨의 고의적인 유책 행위로 인해 B씨에게 발생한 손해를 전보할 수 있는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지난 8일 이번 사건 인지액을 47억여 원으로 상향 보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1심 당시 인지액은 34억여 원이었다. 노 관장 측의 변경신청서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번에 보정된 인지액을 민사소송 인지법과 가사소송 수수료 규칙 등을 토대로 역산하면 노 관장 측의 총 청구액은 2조30억 원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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