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에 대한 들쭉날쭉 호칭의 문제점을 MBC노동조합이 제기했다.

문제제기의 발단은 KBS 보도본부장이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칭을 '씨'가 아니라 '전 대통령'으로 통일해달라고 공지한데 따른 것이다.

이 당연한 주문이 공영방송에서는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다.MBC가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MBC노조는 "전두환 전대통령에게는 전두환씨라고 부르고,김일성 주석에 대해서는 김일성씨라고 부르지 않는다"면서 공영방송의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다음은 MBC노조의 성명.

[MBC노조 공감터] 전두환 씨라 부르는 이유 설명할 수 있어야

 지난주에 KBS 보도책임자가 ”전두환의 호칭을 ’씨‘가 아니라 ’전 대통령‘으로 통일해달라“고 기자들에게 공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MBC도 굳이 남의 회사 내부의 지침 내용을 뉴스로 전하며 비판적 자세를 보였다. 이참에 우리는 이러한 호칭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동안 일관성은커녕 오히려 특정 정파의 주관이 기준이 된 편가르기식 호칭이 사용돼왔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이후 MBC 뉴스가 사용해온 호칭을 보면 보수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해선 일관되게 ’전 대통령‘이란 호칭 대신 ’씨‘를 사용했다. 전두환은 말할 것 없이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호칭은 씨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냥 MB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이 있자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씨‘, ’전 대통령 박근혜 씨‘라는 호칭을 개발해 냈다. 낮춰 부르고 싶은 의도를 고집하느라 만들어낸 창발적 편파 호칭이었던 것이다. 쓴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 2021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했을 때도 MBC뉴스는 느닷없이 ’전 총장‘이랑 호칭을 생략하고 그냥 ’윤석열‘로 부르면서 적대감을 드러낸 바도 있다.

 반면에 파렴치한 범죄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인사들인데도 MBC는 여전히 전 직함을 깎듯이 불러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자녀 입시비리로 최종심에서 유죄를 받은 정경심 씨에 대해 MBC는 한 번도 ’전 교수‘라는 직함을 빼먹지 않고 있다. 비슷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최강욱 씨도 마찬가지로 계속 ’전 의원‘이다. 여성을 암컷이라 표현해 공분을 사도 여전히 ’전 의원‘이시다. 이뿐인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한명숙 씨도 한 번도 ’전 총리‘ 호칭 혜택을 박탈당한 적이 없다. 이들 모두 민주당 세력이란 공통점이 있다.

 다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를 따져보자. KBS 보도책임자의 지침에 대해 민주당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1, 대통령이란 호칭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정당성을 확인한 정상에 대한 호칭, 2, 전 씨는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국민을 학살한 독재자이며, 3, 대법원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자 등의 이유란다.

 그러면 MBC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 소위 진보언론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씨‘라고 칭하지 않으며, 최규하 전 대통령도 ’씨‘라고 부르지 않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선 오락가락하는 이유, 또 한국전쟁을 일으켜 수십만의 양민을 학살하거나 죽게 만든 김일성 주석은 왜 한 번도 씨라고 부르지 않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말대로 성공한 반역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말이냐는 식의 논점 흐리기는 무시하겠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면 그냥 전 직함을 기본 호칭으로 사용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 공영방송이 굳이 정치적 호불호 시비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는 건 외부의 정치세력도 있겠지만 분명 내부 정치적 세력의 원인도 크다.

2024.1.8.

MBC노동조합 (제3노조)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