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을 겨냥한 ‘물갈이 공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다음주 초까지 공천관리위원 선임을 마무리한 뒤 오는 10일 전까지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한 위원장이 추구하는 개혁공천의 방향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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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의 최근 행보와 발언 그리고 국민의힘이 처한 정치적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최우선시하는 전략적 목표는 ‘산토끼 공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표심 공략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4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호남에서 의석을 획득하는 것을 절실하게 원한다고 공개발언을 했다. 보수여당의 대표가 직설법으로 호남 민심의 지지를 이처럼 호소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다.

‘정치적 승리’ 갈망하는 한동훈, 직설법으로 “광주·호남서 당선되고 싶어” 호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딸 그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팬덤을 구축하고 있지만, 호남 민심의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개딸 그룹의 극단적 정치행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호남의석, 특히 광주와 전라남도 지역구 의석 획득에 성공한다면 정치적으로 막대한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부산·경남지역에서 당선된 적은 있지만 대구·경북(TK) 지역구에서 승리한 적은 없다. 역으로 국민의힘이 광주·전남에서 한 석이라도 건진다면, 한 위원장이 거둔 정치적 승리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광주·전남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해도 호남민심 공략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다면, 치열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승리를 견인해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위원장은 ‘정치 초년병’, ‘윤석열 아바타’ 등과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한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호남민심의 변화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다면 그 자체로서 ‘한동훈 카드’의 위력을 증명하게 된다.

6일 킨텍스= “외환위기 당시 DJ의 ‘금모으기 운동’ 심정으로 ‘호남과 영남’에서 더 열심히 할 것”

한 위원장은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계셨기에 이 위대한 나라가 더 자유로워지고 더 평등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로 온 것이기도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님의 시대를 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온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저는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나라의 존망을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특유의 뚝심과 지혜로 사람들의 마음을 한 데로 모아서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당시 저희 집에서도 금 모으기 운동에 줄을 서서 동참했다. 지역과 진영에 상관없이 정말 이 나라가 하나가 된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그리고 저는 바로 그 마음으로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4일 광주= “광주·호남에서 당선되고 싶다, 정말 멋진 일이 될 것”

한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우리 당이 광주와 호남에서 당선되고 싶다”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당의 승리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다.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심장부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싶다는 열정을 토로한 것이다.

또 “우리가 광주에서 소수인가. 광주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도시고, 우리는 대한민국의 대선을 기적적으로 이겨서 집권하고 있는 여당”이라며 “우리가 이곳을 더 잘 살게 해드립시다. 지금까지 이들이 과거 정권에서 실망하셨던 부분들을 우리가 채워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어려움으로부터 지켜주고 물려줬다는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광주·호남 시민들에게) 갖고 있다”면서 “그 고마움과 존경심을 정책과 예산, 행정으로 표현하고 실천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광주·호남 지역 발전을 위한 예산확보 및 개발정책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6일 열리는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영호남 대결구도 프레임을 깨야 호남 민심 움직여...6일 민주당 출신 이상민 의원과 전격 회동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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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호남 대결구도라는 기존 프레임을 깨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호남민심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국민의힘이 기존의 보수세력을 뛰어넘어 다양한 세력을 포용할 때, 호남민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한 위원장이 6일 종로구 한 식당에서 무소속 이상민 의원을 만나 입당을 제안한 것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한 시간 가량 오찬을 함께 했다.

한 위원장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면 많이 모여서 함께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의원에게 저와 같이 가달라고, 저희와 함께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이 의원도 "오늘 상당 부분 한 위원장과 의기투합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숙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화답하는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개딸 그룹’의 극단적 행태에 대해 비판을 해온 대표적인 민주당 출신 의원이다. 이재명 대표와 86운동권 그리고 개딸 그룹이 한국정치의 퇴행을 초래하는 대표적 세력이라고 규정해온 한 위원장과 공통분모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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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지역구는 대전 유성을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석봉 전 대전시 부시장은 대전 유성을 출마를 선언했다가 최근 대전 대덕구로 출마 지역구를 변경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 의원 입당을 전제하고 ‘내부 교통정리’를 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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