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추모식 폭발로 
최소 103명 사망, 부상자 200명 육박 
이란 최고지도자 "적들이 재앙 일으켜, 
...강경한 대응이 신의 뜻"
하루전엔 레바논서 하마스 고위인사 피살
헤즈볼라 수장 "침묵 불가 중대범죄"
美 "이란 폭발 관여 안해
…이스라엘도 연루 이유없어"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서 발생한 폭발사고 현장. [AFP연합]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서 발생한 폭발사고 현장. [AFP연합]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석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과 레바논에서 최소 103명이 사망하는 폭탄 테러와 하마스의 고위인사가 폭격으로 숨지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며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과 AFP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추모식에서 2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부상자 중 다수가 중상이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2시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 820㎞가량 지점의 케르만주 주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이 진행되는 도중 약 700m 거리의 도로에서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EPA연합]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EPA연합]
3일(현지시간) 연설하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AFP연합]
3일(현지시간) 연설하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AFP연합]

이어 10분쯤 뒤 묘역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가 원격 조종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당시 폭발물이 터진 도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묘지를 참배하려는 시민으로 빽빽해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끌던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나오다 미군의 드론 폭격에 암살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발생한 의문의 폭발과 관련해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고 말했다고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이날 폭발을 외부 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그 배후에 대해 이스라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이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하루 전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무장 드론의 하마스 시설  공격으로 모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이자 전체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우리,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지도자 사미르 핀디 아부 아메르, 아잠 알아크라아 아부 암마르 등 고위 인사가 포함됐다.

알아루리 부국장은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을 창설한 초기 멤버 중 하나이자,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외곽을 폭격하고 하마스의 고위인사가 숨진데 대해 이날 "우리가 침묵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TV연설을 통해 "적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이로 말했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무장정파다. 

하루 간격으로 벌어진 두 사건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란은 이 두 사건의 배후자로 이스라엘을 겨냥하고 있다. 

베이루트 무인기 공격 사망자 장례식. [로이터연합]
베이루트 무인기 공격 사망자 장례식. [로이터연합]

그러나 이란의 조사결과 배후가 이스라엘로 지목될 경우 이란은 당한만큼 똑같이 돌려주는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에 본격 개입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이란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과 관련, 자국은 물론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며 "그와 반대되는 어떤 추정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희생자와 그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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