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방침을 분명히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이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이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을 추진해 ‘김건희·김정숙 쌍특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각계의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같은 주장은 언론계, 법조계, 정치권 등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꺼내든 ‘김건희 특검’ 카드가 ‘김정숙 특검’ 도입논쟁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김정숙 특검’이 내년 총선의 새 쟁점으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언론계, 법조계, 정치권 등에서 ‘김정숙 특검’ 도입 주장 터져 나와

먼저 언론계에서는 조선일보가 지난달 30일 ‘박정훈; 김건희보다 더 특검 대상이었던 김정숙’ 제하의 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의 총선용 계략이 분명하나 대안 없는 거부권 행사는 민주당이 판 함정에 말려드는 격”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정숙 여사와의 ‘쌍특검’을 주장했다. “특검을 안 받는다면 구린 구석이 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면서 “야당에게 선거 내내 공격할 것이고 여당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선거에서는 팩트보다 인식이 더 중요하다. 김건희 여사가 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하게 되면, 여당으로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야당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국민적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총선 후 특검’을 제안했다. 야당이 강행한 특검법을 거부하되,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출범시키겠다는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야만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고 국민여론도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의 문제를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문 정권 김정숙 여사는 과도한 해외 여행과 특별활동비 유용 의혹 등으로 끊임없이 파문을 불렀다”면서 “그러나 지금껏 진상이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덮어져 왔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 지난달 28일 김정숙 여사를 국고손실 및 횡령 등 혐의로 검찰 고발해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에 앞서 지난달 28일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김정숙 여사를 국고 손실, 횡령, 배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국고손실, 횡령, 배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국고손실, 횡령, 배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마녀사냥, 인민재판을 하고 총선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특검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건희 여사를 특검해야 한다면 김정숙 여사도 해야 한다. 그게 공정하고 형평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인도 측의 초청이 없었음에도 스스로 초청을 요청해 타지마할을 방문했다”며 “사실상 여행을 목적으로 예비비 4억원을 편성해 사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가 인도 방문 당시 단골 디자이너의 딸과 한식 요리사를 부적절하게 대동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혁진 변호사, “조국 민정수석 때 김건희 여사 문제 없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혁진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유튜브 ‘어벤저스전략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였을 때”라면서 “그 문제를 거론한 사람이 조국 민정수석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민정수석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는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만약 당시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면 조 전 법무부 장관이 이후 검찰의 갖은 수사를 받을 때, 그걸 제시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만약에 조 전 장관이 그걸 제시했더라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통령은커녕 검찰총장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관련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지금과 같이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피고인의 신분이 됐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서정욱 변호사, “김정숙 여사 특활비 의혹은 검경이 수사를 안해서 특검 조건에 들어맞아”

이와 관련해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채널A에서 ‘특검의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권력형 비리일 것. 둘째,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명백할 것. 셋째, 검경이 수사를 안 하거나 명백할 것 등의 조건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서 변호사는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부인으로서 특활비로 신발 사고 옷을 산 의혹, 그리고 전용기를 몰고 타지마할 간 의혹은 권력형 비리”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빳빳한 관봉권으로 산 의혹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혐의가 상당하다고 봤다. 무엇보다도 검경이 수사를 안했다는 점에서 특검의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7. [사진=연합뉴스]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7.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특검의 3가지 기준에 전혀 맞지 않아”

반면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2010~2011년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공모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에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결혼하기 전 개인 김건희 일 때의 문제라는 점에서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라는 것이 서 변호사의 주장이다.

서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상당해야 한다’는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판결문 전문 어디에도 김건희 여사 공모 내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별지에는 이용된 계좌 100 여개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을 기소했지만 무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소를 못했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계좌가 이용됐다고 해서 주가 조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범죄 행위가 중대하거나 명백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검경이 수사를 안했다’는 조건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추미애 이성윤 라인이 탈탈 털었다”면서 “당시 윤석열 총장은 배제돼 식물총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세 가지 기준에 전혀 맞지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1초도 고민하지 말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부대변인, “김정숙 여사는 48회 해외 순방, 역대 영부인 중 최다 순방 기록”

지난달 28일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이 고발장을 제출한 직후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피와 땀이 섞인 혈세를 낭비한 범죄 의혹만큼은 한 점 모자람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김정숙 여사의 개인적 욕망을 위한 국고 낭비와 횡령 혐의에 대한 진실 규명이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신 상근부대변인은 “김정숙 여사의 ‘혈세 관광’ 등은 국민적 공분을 낳았지만, 하나의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채 영부인의 ‘권력 사유화’로 남아있다”며 “김 여사는 48회의 해외 순방을 다녀 역대 영부인 중 최다 순방 기록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3.12.28.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3.12.28.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 없이 인도를 단독 방문했다. 혼자 가면서도 대통령 전용기를 띄웠다. 마지막 날에 타지마할 방문 일정을 넣었다. 청와대는 ‘인도 정부 요청’이라 설명했지만 거짓말이었다”면서 “애초 인도측이 초청한 것은 문화체육부 장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김 여사 일행이 지출한 경비는 3억7000여 만원에 달했다. 문체부 대표단이 갔다면 2600만원만 들었을 것을 전용기 띄우고 청와대 직원 13명을 수행시키느라 15배로 불어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 항소심 재판, 이종배 서울시의원의 고발 사건 재판 등이 ‘뇌관’ 될 듯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김정숙 여사를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쟁점으로 부상하자, ‘김정숙 특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정숙 여사 의전 비용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3월 서울행정법원은 특활비와 김 여사의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옷값 관련 논란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고 부인했다.

항소심 첫 재판은 지난 2022년 12월에 열렸으나 아직 2심 선고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2심 선고가 빨라진다면 뜨거운 정치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종배 의원이 김정숙 여사를 서울지검에 고발한 것도 뇌관이다. 내년 총선 전에 관련 재판이 본격화되면 국민적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숙 여사 의혹은 특검의 3가지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서정욱 변호사 등의 주장이 내년 총선 정국을 겨냥한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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