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추대했다.

1952년생인 임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중 당시 박정희 정부의 유신반대 시위 등에 참여한 바 있는 ‘민청학련 세대’로 진보적 성향의 정치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역임했으며, 지난 대선때는 이재명 후보의 각종 공약 및 정책을 입안하는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자문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공관위원장으로 임 교수 외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도 후보군에 놓고 고심하다가 최종적으로 임 교수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금실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약 법무부장관에 발탁된 바 있고, 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후보군 모두가 역대 민주당 정권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카드가 탈당 및 신당창당의 길을 걷고있는 이낙연 전 대표를 붙잡고, ‘원칙과 상식’ 등 비명계 의원들의 혁신 요구를 수그러뜨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 전 대표와 당내 비주류,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의 2선후퇴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민주당의 혁신 못지않게 향후 공천과정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대거 탈락시킬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낙연 전 대표나 비명계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을 두고 “공정한 공천을 보장하기 어려운 인사”라고 반발하거나 공세를 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명계가 우려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였던 당내 친명계 중진 의원이 아니라 외부 교수에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겼기 때문이다. 임혁백 위원장이 지난 대선 때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한 것 또한, 이재명 후보 개인이 아닌 민주당 대선후보를 자문한 것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동안 각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는 공천관리위원장 못지않게 사무총장 등 당연직으로 공천관리위원이 되는 당내 인사의 영향력이 강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전 대표나 비명계가 이를 미리 예상해서 반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낙연 전 대표나 비명계로서는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던 이재명 대표의 2선후퇴를 끝까지 관철할 것인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였다.

현재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중간에서 당의 분열, 이 전 대표의 신당창당을 막기위해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 중 정 전 총리가 대체로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 즉 이재명 대표의 2선후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김부겸 전 총리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29일 6선 의원 출신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부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동교동계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핵심 멤버인 이원욱 의원은 “합류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1월초 본격적인 창당절차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친명계를 압박했다.

야권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1월초 신당창당 돌입설에 대해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페이크 내지 블러핑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당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닐 뿐더러, 야권분열로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감당해야할 부담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라는 근거에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부겸 전 총리가 국민의힘처럼 당 대표를 대신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닌 혁신위원장겸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형식적이나마 이재명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타협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창당 여부는 선거구도의 측면에서 22대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창당 압박과 이재명 대표의 버티기 싸움이 어떻게 정리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