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출마자들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다.

지난 12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일부 선거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전국 각지의 예비후보들은 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나 전철역 같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인사를 하면서 자신의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예비후보 명함은 예비후보 홍보물과 더불어 공식 선거운동 시작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이다. 명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림으로써 인지도를 높여 놓아야만 공천의 중요한 기준인 지지도를 높일 수 있고, 혹시나 모를 경선에도 대비할 수 있다.

예비후보 명함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로필과 사진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프로필 즉 학력과 경력을 통해 소개하고 홍보효과가 큰 사진을 넣는다.

예비후보 명함의 사진은 대부분 본인의 얼굴을 넣지만, 여당 후보는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과거의 청와대, 지금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했던 출마자들이 대통령 사진을 많이 넣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영남 지역에 출마하는 예비후보 중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명함에 넣어 돌리고 있다. 예비후보들이 모두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하는 사람들인만큼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것이 추후 공천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불출마 및 물갈이 압력을 받고있는 영남권 다선 중진들의 지역구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얼굴사진 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오랫동안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에 못미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펜앤드마이크가 수도권의 험지로 꼽히는 경기도 수원과 용인시 등에 등록한 예비후보의 20여명의 명함을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놓은 후보는 한명도 없었다. 반대로, 여당 지지도가 강한 경기 북부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명함에 넣어 돌리고 있다.

총선때 마다 후보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지율이 낮을 경우 명함이나 홍보물에 당 이름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표기하는 등의 ‘자구책’을 써왔다. 반면, 과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의 ‘지역할거 정치’ 시절, 이들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충청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무조건 3김과 찍은 사진을 넣어야만 당선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여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최근 인기가 급등하고 있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사진을 함께 찍기위해 방법을 수소문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여권내 권력의 이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수도권의 한 여당 예비후보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법무부장관 시절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을 넣어 명함을 교체해달라고 선거기획사에 주문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선거기획사로부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보내준 사진에서 후보와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이에 사람이 한명 더 있는데 이 사람을 지워야만 사진의 크기를 줄여서 명함에 넣는 것이 가능한데, 그렇게 하면 사진의 조작 내지 합성이 돼 선거법위반이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통령 같은 유명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사진을 합성해 명함이나 선고공보물에 사용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무효가 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