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총선이 차기대권 레이스의 변곡점

2024년 4월10일 22대 총선이 끝나면, 2026년 6월3일로 예정된 전국동시 지방선거, 2027년 3월3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순서로 정치의 시계가 흘러가게 된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깜짝 등장으로 대선 시계가 과거 어느때보다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통상 대선 1년전부터 각 정당별로 본격적인 대권레이스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2년뒤 부터 본격적인 대권경쟁이 벌어지는게 정상이지만,이번에는 3년을 남겨둔 올 총선이 사실상 대권레이스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주요 차기주자의 정치생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죽느냐 사느냐의 경쟁이 대통령 선거 3년을 앞두고 벌어지는 셈이다.

■4·10총선 차기대권 레이스의 중요한 변곡점

현재 차기 대권구도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다른 사람들을 뚜렷이 앞서는 양강체제를 보이고 있다. 

펜앤드마이크가 여론조사기관인 ㈜공정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2~23일 “한동훈 이재명 두 사람 중 누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조사 결과는 한동훈 46.1%, 이재명 44.1%. 오차범위내 박빙의 양상을 보였다.

이 여론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8일과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4%는 한 위원장을,22%는 이 대표를 선택했다.갤럽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앞선 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렇다고 대권 경쟁에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권의 원희룡 안철수 유승민 이준석, 야권의 이낙연 추미애 조국 등 잠재적 대권주자 대부분이 신당 창당, 출마 등 직간접적인 형태로 이번 총선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크고 작든 이들이 벌이는 총선경쟁과 그 결과에 따라 차기 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리게 되고, 대선시계의 흐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앙일보 의뢰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외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이낙연 전 민주당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2%로 나타났다.

이어 김동연 경기지사,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세훈 서울시장,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각각 1%로 조사됐다.

갤럽의 조사는 특정한 인물을 불러주는 방식이 아니라,응답자들이 떠오르는 사람을 대답하는 방식이다.이에따라 갤럽의 조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인물은 대권 주자군에서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갤럽조사에서도 양강 주자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중앙일보 의뢰 조사에서 보수층의 49%가 한 위원장을,진보층의 50%는 이 대표를 선호했다.

직전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334명) 중 50%가 이재명을 선택했으며,국민의힘 지지자(351명) 중에서는 41%가 한동훈을 꼽았다. 여야 모두 한 위원장 및 이 대표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한동훈-이재명, ‘윈윈’하는 총선결과 어려워, 한명은 날개 꺾여

문제는 이 두 사람중 한명은 이번 총선결과에 따라 날개가 꺾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과반수에 한참 못미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경우,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의석이 21대 총선에 비해 현격히 줄어드는 각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양당이 모두 120석 가량을 차지하고 제3당 또는 무소속이 약진하는, 일종의 ‘무승부’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 워낙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당내 비주류, 비명계의 요구를 수용해서 선거를 앞두고 2선으로 후퇴할 수도 있지만, 총선에서 실패할 경우 대부분의 책임은 그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하나, 이재명 대표는 현재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큰 변수다. 대장동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 어느 하나의 사건이라도 징역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되면 대선출마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26일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도 비례대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총선이 끝나면 일정한 휴지기를 갖고 차기를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힘 홍준표 오세훈, 민주 김동연 총선실패가 기회?

여권에서 한동훈 위원장 다음 지지도를 보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경우 어느덧 ‘3수’가 된다는 점이 적지않은 부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으로부터 강력한 세대교체 압박도 받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의 활약상이 추후 대권장정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또는 기타 수도권 험지에서의 승부 결과에 그의 정치생명이 달린 것이다.

총선에서 한발 비켜서있는 오세훈 시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한동훈 원희룡 같은 경쟁자들이 총선을 뛰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결과가 추후 오 시장의 입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와의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뒤 최근 차기주자 여론조사에는 1%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는 등 정치적 기세가 크게 꺾였다. 이준석 전 대표 또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존재감이 가려지는 모습이고, 윤석역 대통령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왔던 유승민 전 의원 또한 보수층의 지지를 거의 상실한만큼, ‘포지셔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야권에서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차기주자 지지도가 높은 이낙연 전 대표는 여권의 홍준표 대구시장과 비슷한 처지다. 차기대권 도전이 재수(再修)인데다 ‘올드’한 이미지가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운동권이 아닌 엘리트 공무원 출신으로 민주당에 기반이 없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꼽힌다.

같은 경기지사를 지냈지만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운동권의 최대 계파 중 하나인 경기동부연합 세력과 결합하는 한편, 이해찬 등 당내 운동권 출신 ‘큰손’들과 연결된 것이 오늘날의 입지를 만들 수 있었다.

김동연 지사가 최대 지자체를 이끌고 있고, 기존의 민주당 인사들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온건, 스마트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딸’ 같은 강성 당원들이 판치는 민주당에서 순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

최근들어 민주당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차기주자로는 이탄희 의원이 눈에 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1월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범진보 차기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이낙연 김동연 다음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진보층 응답자에 국한하면, 이낙연 전 대표 다음 3위였다.

이탄희 의원은 진보층,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판사출신인 이 의원은 빈틈없는 팩트와 차분한 말투로 사회적 약자보호에 초점을 맞춰 의정활동을 해왔다.

그는 민주당에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차기주자로 성장하는데 영양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서는 이밖에 비명계 단체인 ‘원칙과 상식’을 만들어 활동중인 이원욱 의원, 역시 비명계로 당권 및 대권에 도전해온 박용진 의원이 차기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세가 불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차기주자 후보군이 두터운 양상을 보이는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독주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다선 중진 거의 대부분이 운동권, 586 출신으로 거센 퇴진압력을 받으면서 당내에서 이렇다 할 권력투쟁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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