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법무부장관 이임식이 열린 지난 21일 한 예비 고등학생에게 ‘모비딕’이라는 소설책을 선물한 것이 화제다.

한 위원장 내정자는 앞서 이 예비 고교생과 어머니가 보내준 십자수 작품과 편지에 대한 답례로 ‘모비딕’을 선물한 것이다.

한 내정자는 책 앞장에 “정성스런 선물 고맙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제가 오늘 법무부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남겼는데, 학생이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모비딕은 국내 도서 사이트에서 실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4일 국내 도서사이트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교보문고 온라인 일간 베스트 9위·실시간 베스트 5위, 예스24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에 모비딕이 올랐다.

한 위원장이 이 책을 선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초등학생이 편지와 포켓몬스터 ‘꼬부기’ 스티커를 선물하자, 답장과 함께 모비딕 책을 보냈다. 같은 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하면서 수첩에 꼬부기 스티커를 붙인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편지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제가 좋아하는 책인데, 지금 읽으면 틀림없이 지루할 것”이라며 “1851년에 나온 책이고, 172년을 살아남은 책이니 서두르지 말고 나중에 손에 잡힐 때 한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그는 앞서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전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모비딕을 꼽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신임 검사 강연에서는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소설 속 1등 항해사 스타벅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모비딕은 서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이자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미국 문학의 대명사로 까지 칭송되고, 거의 모든 교양도서 목록에 올라있지만, 한동훈 위원장의 말 대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다. 이 소설책을 읽는데 1년이 걸렸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소설이 워낙 길기도 하지만, 느닷없이 고래 해부학을 몇십페이지나 기술하는 등 장르를 ‘오락가락’하는 점도 큰 원인이다. 1851년 영국에서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도서관에서는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고래학으로 분류해 보관할 정도였다.

모비딕의 주제는 모비딕이라는 거대고래,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도전, 그안에서 벌어지는 선과악의 대결이다. 포경선 피쿼드호에 탄 선장과 선원들은 주인공 이스마엘을 비롯해  구약성서에 나오는 선과 악을 상징하는 이름들이 유난히 많다.

거대한 자연과 싸우며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들의 갈등을 서술하다 보니 정치상황과 이 소설을 연결시키는 일도 잦다.

팔레스타인계 미국 작가인 에드워드 세드는 미국의 9/11 사태 이후, 조지 W. 부시가 오사마 빈라덴을 잡으려는 것을 에이합 선장이 고래를 사냥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미국의 한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에이합의 미친 사명의식으로 비꼬기도 했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스타벅(Starbuck)의 이름을 따서 스타벅스라는 커피점이 생긴 것만 봐도 이 소설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모비딕은 한동훈 위원장이 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 21일 법무부장관 이임식에서 말했던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거나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는 것은 오래전 소설 모비딕을 읽으면서 형성된 의식으로 여겨진다.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오래된 미국 팝송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러 큰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미국 문화의 일부’라고 까지 평가되는 이 노래를 부른 것은 한미동맹을 복원하는 노력속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 정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평가됐다.

민주당은 검사출신 대통령에 역시 검사출신인 한동훈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정해지자 ‘검찰공화국’ ‘검찰독재’라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돼 총선에서 필승할 것이라며 “땡큐”를 외친다.

청담동 술자리 사건은 한 여성이 애인에게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다. 대선과정을 통해 윤 대통령이 두주불사(斗酒不辭)의 호주가(好酒家)로 알려진 것이 그 여성에게 상상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한몸처럼 붙어 다니면서 여러번 수사를 함께한 검찰 선후배이자 형제같은 사이지만 캐릭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메리칸 파이와 모비딕의 차이 만큼이나.

지금 민주당이 말하는 “한나땡”을 보면서 청담동 술집의 그 여성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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