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상속세율 외면하고 '언발에 오줌누기'

지난 21일 상속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상속세를 두고 이중과세라는 지적과 함께, 최고 60%에 이르는 막대한 상속세율로 인해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문제점으로 인해 폐지여론이 높았다.

이번에 개정된 상속세법 개정안은 첫째, 상속세가 많아 바로 납부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5년에 걸쳐 나누어 낼 수 있도록 해주던 것을 15년까지 연부연납할 수 있게 했다.

이와함께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증여하는 경우, 지금까지는 60억원까지 10%의 세율을 적용하고, 그보다 많을 때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던 것을 120억원까지 10%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120억원이니까 매우 큰 돈처럼 보이지만, 개인 재산이 아니라 회사의 상속지분이기 때문에 막상 이로인해 혜택을 받는 기업은 별로 없다.

때문에 반쪽짜리도 못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하나마나한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해줘서 100년 기업이 속출하게 하고, 60%라는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을 피해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경향을 없애기엔 턱없이 못미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하지 못할 경우 자본이득세로 개편하여, 후손 중 누군가가 회사든 집이든 팔 때 팔아서 생긴 돈, 즉 자본이득에 대해서 상속세를 매기는 쪽으로 세법을 바꾸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회사는 물론, 주택까지도 상속을 받아봤자 세금 낼 돈이 없어 기업이나 주택을 파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상속받은 삼성 계열사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바람에 주식시장에 적지않은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는 이와함께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결혼·출산 시 3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해주는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현재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하지만, 개정안은 결혼하는 자녀에게는 1억원 추가 비과세 증여 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5000만원에 추가 한도 1억원을 합쳐 총 1억5000만원 증여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모두 증여받는다면 3억원까지 증여세 공제 대상이 된다.

또 자녀 출생일로부터 2년 이내에 부모 등 직계 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추가로 1억원까지 공제받는다. 다만, 혼인과 출산을 모두 해도 공제 상한액은 중복 혜택 없이 1인당 1억5000만원으로 똑같다.

이같은 증여세 완화조치 또한 일본이 소비촉진, 노인세대의 돈을 시중에 돌도록 하기 위해 할아버지나 할머니 재산을 바로 손자에게 증여, 상속할 경우 모든 세금을 면제해준 것과 비교할 때, 미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속, 증여세 완화에도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증여세 개정안 발의자이자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에서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공제 규정 신설”이라며 “혼인뿐만 아니라 혼인 가구 출산, 비혼인 가구 출산까지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증여해줄 수 없는 가구 부모의 자괴감이 어떻겠느냐”면서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갈라치는 법안이라 비판했고,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부자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지난번 국회를 통과한 주요 세법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월세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을 총급여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늘리고, 세액공제 한도액도 연 월세액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와함께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의 105%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10%에 대해 추가 소득공제를 100만원 한도로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둘째 자녀 세액공제액을 현행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고 기본공제 대상도 자녀에서 손자녀로 확대했다. 현재 연 700만원인 영유아(0∼6세)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는 폐지했다. 종합소득과세표준 계산 시 분리과세 하는 연금소득 기준금액을 연간 합계액 12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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