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수교' 좌파 현수막에 아연실색...제정신인가
'특수관계'에 기초한 남북교류협력법은 이미 존재...北 핵개발로 박근혜 정부때 중단돼
휴전 상황에 수교는 어불성설...정작 北은 핵보유 기정사실화 중
김정은과 '노딜' 선언한 트럼프...'스몰딜' 남북수교는 北 기만정책일 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한 겨울임에도 주말만 되면 서울 도심에는 정치 집회가 열린다. 정치 에너지가 차고 넘친다.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지인들과 함께 지하철 3호선 동국대 역에서 출발해 남산길을 걸었다. 정오쯤 회현동, 태평로를 지나 광화문으로 내려왔다. 

​ 태평로, 옛 삼성본관 건너편을 걸을 때, "윤석열 정권 타도한다"는 좌파 집단의 마이크가 울려 퍼졌다. 일상의 일로 치부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때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세로로 걸린 현수막에는 ‘남북수교’가 적혀있었다. 아니 ‘남북수교’라니, 그럼 북한과 수교하자는 말인가?  

O 한국에는 이미 ‘남북교류협력법’이 있다

 남북교류는 1990년 한국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시작되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법의 제정 목적을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3조에는 “남한과 북한의 왕래·접촉·교역·협력사업 및 통신 역무(役務)의 제공 등 남한과 북한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해 이 법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남북교류의 성격을 살필 필요가 있다. 동서독은 동서독 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민족 간 특수한 관계’로 규정됐다. 우리나라도 이를 참조해,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남북교류는 통일로 가는 과정을 촉진시키는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남북한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어왔다. 

 한국은 남북교류를 북한을 변화시키는 유효한 통로로 인식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했다. 반대로 북한은 독일의 ‘흡수통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남북교류의 이익은 최대화하되 접촉과 왕래는 최소화하고 사상교육을 강화해 체제방어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남북교류가 북한의 외화수입을 얻는 통로, 종국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북한의 핵개발 지속에 대한 대응으로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남북교류협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O 휴전국과 수교하자니 제 정신인가?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이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핵 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했다. 그런 북한과 수교를 하자니,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재(在)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2023. 10. 5일자를 인용한다. 조선신보는 “북한의 핵무력 강화 정책을 헌법에 명기함으로서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이 됐다”며 핵무기 발전 고도화를 위한 사업이 강력히 실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핵보유국의 현 지위를 절대로 변경시켜서도 양보해서도 안 되며 오히려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당과 (인민)정부가 내린 엄정한 전략적 판단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신보는 “(북한)헌법 제4장 58조에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해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이 명기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선신보는 ‘핵무력 강화 정책의 헌법 명기’를 조선의 75년 발전사에서 특기할 사변적인 정치적 성과이자 국권 수호의 가장 믿음직한 절대적 담보라고 평가했다.

'남북수교'라 적힌 현수막. [사진=조동근]
'남북수교'라 적힌 현수막. [사진=조동근]

 

O No deal is great deal, 트럼프 리더십

2019년 3월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회담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진운(進運)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과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한다는 안에 합의할 수도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스몰딜(small deal)로 포장되어 있었다.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였으면 김정은은 국제적으로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적으로 진부해 김정은에게 효용가치가 없는 영변 핵시설 폐쇄가 아닌 ‘김정은이 ’정말 숨기고 싶은 다른 핵시설‘ 폐쇄 카드를 들이밀어 김정은의 허를 찔렀다. 그리고 트럼프는 ‘스몰딜’이 아닌 ‘노딜’을 선언했다. 김정은의 ‘기만전술’을 궤뚫은 것이다. 김정은은 아무 소득 없이 빈손으로 ‘6일간’ 기차를 타고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O 남북수교는 기만전술 

 남북수교는 트럼프가 걷어찬 스몰딜(small dea)에 비견된다. 남북통일까지는 갈 길이 머니, 급한 대로 남북수교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전형적인 기만전술인 것이다.

 남북수교는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금기어’이다. 북한과 수교하자는 집단이 누구인가 싶어, 현수막을 자세히 봤지만 거기에는 '누가 현수막을 걸었다'는 주체가 없다. 무명씨가 걸었다는 얘기이다. 구글 검색을 통해 '남북수교를 주장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찾아봤더니, 아무런 정보가 없다. 남북수교를 남북교류로 인식한 검색 자료만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 세로 현수막은 "반(反)대한민국 세력, 좁혀서 간첩 또는  간첩과 내통하는 자 그것도 아니면 간첩과 같은 생각을 하는 자"가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현수막을 보면서 벌건 대낮에 광화문 거리에서 '인공기'를 본 느낌이다. 정치 집회에서 이런 현수막이 아무 제재 없이 마구 걸려도 되는가를 묻고 싶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 치러진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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