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원지검에 출두하는 이재명 대표와 박균택 변호사 모습
지난 9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원지검에 출두하는 이재명 대표와 박균택 변호사 모습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각종 사건의 변호사로 활동한 이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골라 표밭을 일구고 있다.

그런데 이들,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들이 노리고 있는 곳이 대부분 그동안 이 대표를 비판하거나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명계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여서 친명-비명간 당내 분란에 또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 비명계 중진인 설훈 의원이 6선 도전을 선언한 경기 부천을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지냈고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를 맡은 김기표 변호사가 최근 ‘그 여름의 결실’이라는 출판기념회를 열고 공천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법률 특보를 지낸 임윤태 변호사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남양주갑 출마를 선언했다.

임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한 남양주갑 지역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한 지역이다. 조웅천 의원은 비명계의 대표적 인물로 ‘원칙과 상식’을 만들어 이 대표의 2선 후퇴 등 민주당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의 또다른 멤버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는 법무법인 시그니처의 김하중 변호사가 뛰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법률특보단장으로 대장동 백현동 수사 등에 대한 대응활동을 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인인 이건태 변호사는 최근 경기도 부천 소사본동에서 “대장동의 진실‘이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당대표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다.

그가 출마를 선언한 곳은 친명계 색채가 비교적 약하고, 4선을 함으로써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의 지역구다.

출판기념회에는 친명계 대표 인사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참석해 이재명 대표의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다. 이 대표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이 변호사의 강직함을 저서에서 느낄 수 있었다"라며 "법률가로서의 강한 책임감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이 변호사가 당과 국민을 위해 크게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 유일한 변호인으로 입회했던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은 작년 10월 광주 광산구에 법무법인 ‘광산’이라는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그는 광산구갑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지낸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은 얼마전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중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 지난해 사무실을 냈다. 이재명 대선 캠프 법률 단장에 이어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되자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맡았다.

양 전 고검장은 이 대표는 물론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부원장 등 구속 기소된 측근들의 재판을 비롯해 당 안팎 사법 리스크 대응을 총괄해왔다.

박 전 고검장은 고검장 출신 전관 변호사임에도 불구, 턱없이 적은 수백만원만 받고 이 대표의 성남FC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고검장이 맡은 당 법률위원장 역시 무보수 명예직이다.

지난 9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이재명 대표 바로 옆에는 박균택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올초 이 대표 변호인단에 합류해 '대장동 사업 특혜 비리' '성남PC불법 후원금 사건' 등 이 대표의 각종 비리 혐의 사건을 변호해 왔다.

그러다 7월 중순 사임계를 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사건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소환도지 다시 선임계를 내고 검찰 조사실까지 따라 들어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에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사를 끝내고 검찰청을 나갔다. 박 변호사는 이 대표를 대신해 기자들에게 "진술 취지가 (조서에) 분명하게 반영이 안돼 일단은 동의할 수 없어 (서명을) 거부했다"며 "다음 조사에서 서명을 할지 아니면 새로 조사를 시작할지 검토해 봐야 한다" 고 말했다.그는 문재인 정권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두달 전, 박 변호사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출판 기념회를 한다는 초대장이었다. 문자메시지는 이 대표의 대장동 백현동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 검사들에게도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사들 사이에서는 “명색이 검찰 고위간부 출신이 국민의 의무에 반해 검찰조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검찰을 조롱해놓고 이럴 수가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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