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케이스 VS 황교안 케이스, “총선결과에 달려”

김기현 대표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장을 찾고있는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한마디로 “한동훈이냐 아니면 다른 대안이냐”로 요약된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대세를 이루는 이유는 총선을 이끌 당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높은 지지율, 보수와 중도 및 젊은층 여성, 젊은층까지 아우르는 호감도 때문이다.

불과 석달여 뒤 총선준비에 출마할 의원, 당협위원장 대부분은 “누가 나의 당선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의 정답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한 장관이 ‘윤석열 아바타’라는 점을 지적하지만, 당내 친윤 주류가 그를 밀고있는 것에 대한 반발, 자신의 공천 문제,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한 이해관계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 경험 많고 큰 판을 다루어 본 사람을 영입해서 비대위를 만들어야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 대표로 만들어 본들 그 선거가 되겠냐"고 말했다. 홍준표 시장의 이같은 언급은 당내 일각의 우려에 덧붙여 차기대권 경쟁자에 대한 ‘견제구’로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실제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한동훈 장관에게 이번 비대위원장은 ‘득 보다는 실이 훨씬 많은’ 손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평생 검사로만 살아온 한동훈 장관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케이스처럼 초단기전, ‘속전속결’ 대권전략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일찌감치 정치판에 뛰어들어 온갖 풍파(風波)에 노출되면 현재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장점이 마모(磨耗)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인 것이다.

이같은 우려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거론되는 사람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황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보수세력이 완전히 궤멸된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며 보수정당의 ‘구원투수’가 됐다.

문재인 정권 출범 1년이 지난 2018년 중 하반기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전 대표는 현재의 한동훈 장관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수세력의 차기대권 선두주자였다. 이에따라 2019년 2월 벌어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추대됐다.

그랬던 황교안 전 대표가 오늘날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사실상 사라진 것은 지난 21대 총선 참패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총선을 앞둔 1년여간의 당 대표 기간동안 황 전 대표는 당 안팎의 온갖 정치공학자들에게 휘둘리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공안검사 출신에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로서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변의 요구에 따라가기 바빴던 것이다.

그 결과 영입한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는 조국사태 등 문재인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자당(自黨) 후보를 잇달아 제명하는 등 여당 프레임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로 선거패배를 자초했다.

만약 황교안 대표의 정치권 진입시점이 총선 전이 이나라 2022년 대선 1~2년 전이었다면 지난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황교안 대 홍준표의 대결이 됐을 것이다.

당시 황 전 대표는 과거 이회창 총재의 경우처럼,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당에 진입해서 당권을 쥔 뒤 대권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였지만, 대권주자의 정치권, 정당진입이 빠를수록 좋은 것 만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볼 수도 있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11차례나 있었던 비대위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나라당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와 당 소속 보좌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개입 사건으로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등장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색을 빨간색으로 교체하는 등 강력한 변화를 추구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127석에 그친 민주통합당을 제압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에도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대중적 인기, 팬덤을 이끌고 있었다. 지금의 한동훈 장관을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무게감과 비교하기도 어렵다.

한동훈 장관의 정치판 조기등판에 대한 우려,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의 중요한 근거다. 실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 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한 장관의 총선등판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그를 대체할 법무부장관감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일찍 정치판으로 가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대해 경기도의 국민의힘 한 당협위원장은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등판시키는 지금 상황은 관객이 열광하지 않자 제일 마지막에 무대에 서기로 했던 당일 공연의 메인 가수를 순서를 당겨 나오게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며 “모든 것이 한동훈 장관 본인, 특히 총선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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