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은 왜 CJENM 이미경 부회장에게 훈장을 주었을까

 

영화 ’서울의 봄‘을 만드는데는 233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한다. 많은 배우와 엑스트라, 탱크 같은 장비까지 동원했으니 적지않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4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만 적자를 보지않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12·12가 발생한지 44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런 역사영화가 갖는 최대의 리스크는 법률적 문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본인이나 가족이 명예훼손을 문제삼아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라도 하게되면 개봉조차 못하고, 233억원이라는 돈은 공중으로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 ’서울의 봄‘은 몇가지 안전장치를 해두었다. 초반 자막에 이 영화가 ’다큐멘타리‘가 아닌 ’픽션‘, 허구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서울의 봄 감독, 제작사 대표는 영화 개봉을 전후해 꽤 많은 언론 인터뷰를 했다. 거의 모든 언론 인터뷰에서 감독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이 영화의 허구성을 강조했다. 기자가 묻지 않아도 이 점을 분명히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해 ’심박수챌린지‘ 벌이는 모습에서 제작사와 감독의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픽션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사실로 믿게해서 관객들의 분노를 증폭시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12·12를 일으킨 신군부, 전두환 노태우 같은 사람들의 극중 이름은 ’전두광‘ ’노태건‘ 등으로 실제와 거의 동일하게 처리한 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영웅으로 만들고자 했던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은 ’이태신‘으로 이름과 성을 바꿔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신군부 출신 두 전직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반란자‘임을 관객들에게 분명히 각인시키는 반면, 장태완은 전혀 다른 이름으로 바꿈으로써 영웅으로 미화하는 상상력의 한계를 없애 버린 것이다.

영화에서 특전사령관을 지키는 비서실장 오진호 소령의 모습은 관객들을 몰입, 분노하게 만드는 최고의 장면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12·12 사태당시 특전사령관실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오진호 소령(고 김오랑 중령)이 사망한 것은 그가 권총으로 선제사격을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는 나중에 신군부가 장태완 수경사령관과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달리 대접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제작사, 감독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에서 영화 ’서울의 봄‘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영화 관람을 당원교육으로 활용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신검부 검찰하나회‘라는 패러디 공세를 퍼붓고 있다.

문학비평계의 거목(巨木) 김윤식은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시절 학생들에게 ”소설과 역사는 같은 강물의 안쪽과 바깥쪽일 뿐”이라고 가르쳤다. “소설가의 손을 떠난 소설을 읽고 해석하는 것은 독자와 비평가의 몫”이라는 것이다.

1848년 ‘공산당선언’으로 이후 세상을 자본주의대 사회주의의 대결로 만든 칼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이론, 사상을 만들기 위해 온갖 책들과 씨름했다. 그런 칼 마르크스에게 사실적 기록, 통계 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준 것은 발자크와 같은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칼 마르크스는 발자크와 같은 사실주의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 산업혁명의 이후 펼쳐진 자본주의 세계의 모습과 문제점을 읽어냈던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영화를 가장 효율적인 교육과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은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말 대로 “이념의 쓴 약을 예술이라는 당의(糖衣)를 발라 대중들에게 쉽게 먹이기 위해서”였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교육, 의식화 수단은 영화와 드라마다. ‘명량’ ‘미스터 선샤인’처럼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반일감정을 그 어느때 보다 굳건하게 만들었다. 김대중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에 편승해 2000년에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우리 국민의 대북관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역사 드라마나 영화가 한류 드라마, 영화처럼 재미가 없는 이유는 딱 한가지, 미국의 근본을 건드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영화나 드라마의 ‘권선징악(勸善懲惡)’은 단 한번도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해온 미국 역사의 근본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3일 ‘202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을 열고 이미경 CJ ENM 부회장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이미경 부회장과 CJ ENM은 온갖 영화와 드라마와 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한 공로와 더불어 한국의 대중문화, 사상적 흐름을 왼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CJ ENM이 만든 대표 영화, ‘기생충’은 부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개심을 조장하는 사회주의풍 영화다.

이미경 부회장은 돈과 좌파의 결합, 좌파 상업주의를 조장한 문제로 인해 꾸준히 도마에 올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건으로 감옥에 보내는데도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몇 달전 박보균 장관을 경질하고 배우 출신 유인촌을 장관으로 발탁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정책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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