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그의 현대고 동창인 배우 이정재씨 모습
얼마전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그의 현대고 동창인 배우 이정재씨 모습

미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조지 부시 집안을 비롯,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을 한 케이스, 부자(父子) 대통령이 두 번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힘 정진석, 장제원 의원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경우는 많지만, 미국처럼 부자 대통령은 없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에 도전한 것도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2002년 16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 두차례에 걸쳐 출사표를 던졌던 정 창업주의 6남, 정몽준 이산재단이사장이 유일하다.

정몽준 이사장은 정주영 창업주의 아들중 유일하게 서울대에 합격하는 등 공부를 잘해서 아버지로의 총애를 받았다.

30살의 나이에 배를 만드는 현대중공업 대표가 된 데 이어, 19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것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버지의 뜻이 작용했다. 이후 정몽준은 7선 국회의원에 한나라당 대표에 까지 올랐다.

2014년 봄,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서울 성북동에 있는 그의 집을 드나들던 보좌진들은 정 의원의 장남 정기선에서 슬쩍 “혹시 너는 정치할 생각이 없느냐”고 짓굿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주영가(家)의 대권도전은 정몽준 이사장 2대에서 끝난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은 현재 재계 순위 9위 그룹인 HD현대 부회장이자 최고 경영자로 세계 1위 한국조선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경영지분을 받아 월급과 배당금, 은행 대출로 증여세를 내는 등 3세 승계작업이 한창 진행중이기도 하다.

정주영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현대가의 대권 3수는 색다른 인연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기여론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6%를 차지, 19%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오차내 범위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꾸준히 여권 차기주자 지지도 1위를 달려왔지만,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에 이렇게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전국을 누비는 ‘광폭행보’에, 가는 곳 마다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한동훈 신드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서울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수재(秀才)에 잘생긴 외모, 반듯한 언행 등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정치인으로서 큰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얼마전 자신의 현대고 동기동창인 인기 영화배우 이정재씨와 한 고기집에서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이 나온 현대고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사립고로 1985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세운 학교다. 현대건설이 압구정동에 강남 최초, 최대 규모의 현대아파트를 세우면서 만든 고등학교인 것이다.

현대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인 서울현대학원의 초대 이사장은 정주영, 현재 이사장은 정주영 회장의 다섯 번째 동생으로 동아일보 기자생활 중 작고한 정신영씨의 부인 첼리스트 출신 장정자씨가 맡고있다.

현대고등학교 교내 복도 한켠에는 정주영을 기리는 오래된 전시물이 있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를 창업하기전 쌀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자전거로 쌀을 배달했던 것에 착안한 자전거와 쌀가마니도 그,중 하나다.

서울 강남구 암구정동 현대고등학교 있는 이 학교 초대 이사장 정주영 현대회장 기념물
서울 강남구 암구정동 현대고등학교 있는 이 학교 초대 이사장 정주영 현대회장 기념물

지난달 울산 현대조선소를 찾은 한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1973년 울산의 허허벌판 백사장에 조선소를 밀어붙인 정주영 회장 같은 선각자들의 무모했던 용기 등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서울 강남, 압구정동은 정주영 같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구자들이 일군 결실과 혜택을 상징하는 현장이다. 정치인으로서 한동훈의 강점,  최대 무기는 가난으로 본의 아니게 의식과 심사(心思)가 뒤틀려야만 했던 그 이전 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반듯하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한동훈은 정주영의 자전거와 쌀가마니를 보면서 고교생활을 했다. 한동훈 장관은 정주영 일가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그의 대권행은 또 한편으로 정주영의 못이룬 꿈에 도전하는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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