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등 개인이익 쫓아 김기현 지키기와 흔들기 골몰

 

 

“날이 추워져야만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최근 국민의힘 상황이 평상시에는 모르고, 위기상황이 닥쳐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공자(孔子)님 말씀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대 보수정당이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혀온 것은 출세주의자, 기회주의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1987년 민주화 이래 학생운동권 위주로 공천 등 사람을 충원해 오늘날 이념정당의 면모를 갖췄다. 반면 보수정당은 판 검사, 고위 관료 출신이나 저명한 학자, 돈과 권력을 함께 갖고자 하는 사업가들이 당의 주류를 만들어 왔다.

김기현 대표의 사퇴가 초읽기에 몰린 최근 혁신과정을 통해 국민의힘에 내재된 기회주의와 출세주의 유전자가 다시한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올초, 전당대회때 대세를 쫓아 나경원 전의원을 비방하는 연판장을 돌렸던 초선의원 그룹 중 10여명은 며칠전 김기현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자 “내부총질” “엑스맨”이라며 김 대표 호위에 나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얼마전 있었던 당무감사에서 하위권에 속해 공천을 받지 못하고 ‘ 컷오프’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났던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김 대표의 자리보전을 통해 공천을 보장받으려는 행동”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대로 김기현 대표를 심하게 흔들었던 서병수 하태경 의원을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5선 의원에 부산시장까지 지낸 서 의원은 현재 자신의 지역구에서 친윤계 인사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그중에는 당 대표 경선때 김기현 대표를 위해 뛰었던 김 대표의 최측근도 있다.

하태경 의원을 두고서도, 자신의 종로 출마선언에 대해 김 대표 등 친윤계 지도부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자 김기현 퇴진론에 앞장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런 모습은 그동안 김기현 대표와 친윤그룹, ‘윤핵관’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심한 조롱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기현 대표에게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다”면서 “예의를 갖춰라”고 일갈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라며 “연판장은 왜 용산에는 쓰지 못하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국민의힘에서 기회주의자와 출세주의자들이 판치는 양상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른바 ‘지역구 쇼핑’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개각과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으로 물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그룹들이 하나같이 수도권 험지가 아닌, 영남이나 서울 강남벨트 같은 쉬운 지역에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장관과 김은혜 전 홍보수석이 경기 분당을을 놓고 눈치싸움을 하고있는 가운데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에 “서초을로 갈지 분당을로 갈지...”운운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서초을이나 분당을 모두 ‘부촌(富村)’으로 국민의힘 우세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자신이 18대 총선때 당선됐던 서울 마포갑 대신 일찌감치 충남 홍성·예산 출마를 선언했는데,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 중 서울 등 수도권 험지에 도전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실을 나와 출마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당의 총선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뱃지달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추후 공천혁신을 통해 당의 풍토를 일신하지 않을 수 없는, 그동안 보수정당이 해결하지 못한 중대한 과제를 안게됐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의해 발목 잡혀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민주당은 여야 어떤 위치에서든 100석이 안되는 의석을 갖고서도 ‘전투력’을 발휘해 얻고자 하는 것을 대부분 성취해왔다.

반면 보수정당은 이념정당은 고사하고, ‘신념정당’에도 못 미치는 기회주의 내지 출세주의자들의 집합소가 되다보니, 과반수가 되도 계파싸움으로 날을 지샜다. 급기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까지 동조함으로써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이와관련, “국민의힘이 더 이상 엘리트 공무원, 판·검사 출신 등 스펙위주의 공천이 아니라, 자질이 우수하더라도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을 검증하는 한편, 민주당의 학생운동 출신 전사들처럼 우파진영을 상징하는 인사들을 대거 공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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