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최대 파업 
기자 등 750여명 24시간 한시적 파업 
하루 동안 제작 중단하고 피켓 시위
경영진 "신문 제작 차질 없이 하겠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인수후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원인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워싱턴포스트 사옥 앞에서 기자 등 신문사 직원들이 피켓 시위를 얼이고 있다. [AP연합]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워싱턴포스트 사옥 앞에서 기자 등 신문사 직원들이 피켓 시위를 얼이고 있다. [AP연합]
워싱턴포스트 편집국. [로이터연합]
워싱턴포스트 편집국. [로이터연합]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과 함께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일간지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WP) 노조가 7일(현지 시각) 24시간 한시적 파업에 들어갔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노조 소속 750명 이상의 기자 등 직원들이 최근 발표된 인력 감축에 항의하고 경영진에 새로운 노조 계약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압력을 가하며 24시간 동안 제작 활동을 중단한다.

이들은 사옥 밖에서 피켓 시위 등을 이어가는 한편 독자들에게도 연대의 의미를 담아 홈페이지 및 뉴스 구독 중단에 참여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WP 노조는 이와관련  "24시간 동안 워싱턴 포스트 콘텐츠에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인쇄 및 온라인 뉴스 기사, 팟캐스트, 비디오, 게임 및 요리법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 시내의 사옥 인근 거리에서 피켓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 시내의 사옥 인근 거리에서 피켓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WP의 파업은 1975년 20주 동안 이어진 초유의 파업 이후 48년만의 최대 규모 파업이다.

경영진은 일단 뉴스 공급 및 신문 제작을 노조 회원이 아닌 편집자들에게 변함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상당수 언론인이 파업에 참여하며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WP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18개월 동안 노동계약 협상을 중단한 상황이다. 대규모 적자로 대량해고 조치가 전망된다.

WP는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인수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지만,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여파에 팬데믹 이후 언론 시장 난조가 겹치며 최근 경영이 급속히 악화했다. 이에 올해만 1억달러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 프레드 라이언이 올해 초 사퇴한 이후 대표 자리도 공석이다.

사측은 1월 영입을 목적으로 월스트리트저널 CEO를 지낸 윌리엄 루이스(William Lewis)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사 CEO 직무 대행인 패티 스톤시퍼는 지난 10월 자발적 이직을 통해 전체 인력의 약 10%인 240명을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다 . 

그녀는 직원들에게 이전 경영진이 신문의 성장 전망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외의 악재에 근로 조건 역시 급격히 악화, 제대로 된 노동 계약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발적인 이직 압박 역시 공공연히 진행 중이라고 노조 측은 주장한다.

특히 대규모 적자는 '바이아웃' (계약 만료전 연봉 등을 미리 지급하고 해고) 조항 적용 조건에 해당, 실제 이 조항이 이행될 경우 전체 고용의 10%에 해당하는 240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기자직에 해당한다고 WP는 전했다.

WP 노조는 성명에서 “연봉이 인플레이션 및 경쟁사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7만3000달러 수준인 최소 연봉 기준을 10만달러선으로 끌어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경영진은 이미 최선의 제안을 내놓은 상황이지만, 120명의 고용인만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1877년 워싱턴 D.C.에서 스틸슨 허친슨에 의해서 설립된 WP는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1933년에 파산하기도 했으나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유진 메이어가 인수 후 미국 3대 일간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1970년대에 많은 사건과 관련된 보도로 위상을 높였으며 그중 하나가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가 특종 보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그러나 종이신문 업계의 추락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2013년 8월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억 5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인수,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해 왔다. 

한편 언론 시장 악화에 따른 언론사 파업은 WP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 노동조합 역시 지난해 1천100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하루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양측은 그로부터 5개월 뒤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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