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호남의길 시민연대 공동대표 (정치학박사)
김순옥 호남의길 시민연대 공동대표 (정치학박사)

신영복은 1941년 경남 의령 출신으로 평생 북한을 추종하며 살았다. 왜 그랬을까,

1968년 통일혁명당 지하당 조직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생활을 한 신영복은 진보진영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2016년 세상을 떠났다. 1988년 전향서를 쓰고 가석방되었지만 굽히지 않았던 그의 사상관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 신영복이 걸어간 길, 통일혁명당을 아는가!

6.25 전쟁을 겪은 분단의 국가에서 간첩활동 전적이 있는 신영복의 유명세는 실로 놀랍다. 그는 지하혁명단체인 통일혁명당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

그렇다면 그가 활동했던 통혁당의 실체는 무엇인가?

1964년 3월 김종태, 김질락, 이문교, 신영복을 중심으로 통일혁명당 창당준비대회가 비밀리에 구성되고 남한에 지하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당시 통혁당 기관지인 혁명전선에 수록된 내용에는 “민족의 태양 김일성 장군의 혁명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당인 만큼 결속해서 정치활동의 목표로 삼아야 하며, 많은 김일성주의자를 육성하고 강고하게 결집시켜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통혁당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 결성된 혁명조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조직화 방식은 주요 대학을 포함하여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부터 포섭해 나갔다. 통혁당 서울시위원회는 조직을 유격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무장투쟁을 준비했다. 통혁당 서울시 위원장 김종태는 4차례 북한을 왕례하며 김일성을 면담했고 그의 친조카인 김질락이 신영복을 포섭했다. 신영복 역시 이종태, 노인영, 박성준, 이수인, 심재주 등을 포섭하기에 이른다. 신영복은 한명숙 남편 박성준과 함께 통혁당 학생운동조직을 만들고 지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후에 김종태가 검거된 후 이문규도 검거되고 이문규의 집에서 북의 지령을 받는 암호문건이 발견되었다.

통혁당은 1979년 강원도 재건위가 발각된 것을 끝으로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은 통혁당 사건에 대해 미제와 남조선 당국이 통혁당 성원들을 체포하여 극형을 선고한 사건이라고 비분강개했다. 북한 교과서에는 통혁당은 조선 노동당의 붉은 혈통을 이어받아 남조선에 주체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전위부대였다고 기록하고있다.

신영복은 후에 자신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20여년 간 복역을 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사면된 그는 “통혁당 가담은 양심의 명령이었고 사상을 바꾼다거나 동지를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영복을 존경한다는 진보진영의 정치인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관심은 눈에 띄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장에서 북한의 김영남 앞에서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밝혔다.

정치체제(regim)와 이데올로기(Ideology)는 국가를 운영하는 근간이 된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반복적으로 피력하였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 103세 김형석 철학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이 자유주의 진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지난 정권의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뇌리를 스친다. 결국 국가의 체제이념을 흔드는 변혁시도로 민주당은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 더불어민주당과 한 몸이 된 신영복 글씨체

한 국가의 말과 글은 그 나라의 국력을 대변한다. 현재 UN이 인정한 세계공용어는 영어를 포함하여 6개 언어이다. 여기에는 중국어도 포함된다. 근래 K-POP의 영향으로 한글이 전세계에 믾이 알려졌다. 우리가 사용하는 서체도 셀수 없을 정도다.

말과 글은 국력이라 했는데 그점을 가장 잘 활용한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 시진핑의 국가정책의 하나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가운데 문화정책이 있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인데 공자학원(孔子學院)이 그 수단이 되었다. 전세계에 세워진 수백여개의 공자학원에서는 중국어를 가르치고 그들의 문화를 전파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프리카에도 많은 공자학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기 공자학원은 제거 타겟이 되었다.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채택한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고 그 영향이 중국의 문화 차단에까지 미쳤다. 물론 공자학원을 간첩활동 근거지로 몰아가면서까지 미국내 공자학원을 폐쇄시키는 무리수를 둔 것은 중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신영복의 서체는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 온 나라에 퍼져있다. 어깨동무체라고도 불리는 이 서체는 주로 진보진영에서 사용하면서 퍼져나갔다. 중요한 국가행사에서 또는 기념비로, 현판으로, 홍보용 광고에서까지 다양하게 그의 글씨체가 쓰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 현수막  (펜앤호남)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 현수막  (펜앤호남)

우리의 지역 거리 곳곳은 현수막 정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적으로 정당에서 내걸린 홍보현수막으로 국민들의 불쾌지수가 폭발하고 있다. 우스게소리로 다른 정당에서는 열심히 현수막 거는데 우리 당은 안거냐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실로 현수막 경쟁시대가 된 것이다. 어지러운 문구와 상대 당의 비방, 혹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돗보이는 것도 있다. 사시사철 길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의 규모를 보면 가히 그 열기가 뜨겁고 현수막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민주화운동 43돌을 맞이하여 장외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다. 전국의 17개 시도에 신영복 글씨체로 된 현수막을 도배했다. 민주당은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백드롭에도 신영복 글씨체를 사용하였다. 또한 당내 현수막이나 백드롭에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정원 원훈석에도 새겨넣어 논란이 되었다. 간첩혐의를 받고 복역을 했던 사람의 흔적을 각인시킨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용복에 대한 각별함은 여러 면으로 확인이 된다. 2012년 선거 구호로 쓰인 ‘사람이 먼저다’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도 신영복의 손길이 깃들었다. 2017년 1월 신영복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대통령은 “신영복 선생은 더불어 라는 당명을 주고 가셨고 더불어 많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라고 말해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촛불정신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추상하게 했다.

신영복 글씨체는 곳곳에 씌여졌다. 국립대전현충원의 홍범도 유해 묘비에도 새겨졌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비문의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와 경기도의회의 ‘사람중심, 민생중심 의회’라는 현판 역시 신영복 글씨체로 제작되었다.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 민주열사추모비에서도 그의 글씨체를 확인할 수 있고 노회찬 재단과 노무현 재단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의 현판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관련 인사들의 현수막에도 여러차례 사용되었다.

■ 분단 70년에 공산주의 세력 타파해야

국제사회에 신냉전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덮쳐 지구촌은 그야말로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들 전쟁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한 근본적이 목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구체제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가장 큰 이유는 자유진영체제로 합류하려는 우크라이나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을 지지한 푸틴의 의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여 세력확대를 막고 구 소련체제의 영예을 회복히기 위함이다. 그에게 우크라이나는 여전한 러시아 영토인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정파의 싸움은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이 지역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분쟁지역으로 열강들의 간섭과 지배가 뒤섞인 복잡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열강의 개입은 이들 국가를 불행한 분쟁의 민족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영국이 개입한 후세인-맥마흔 서신과(McMahon–Hussein Correspondence) 1917년 밸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은 이 나라들의 운명을 뒤흔들었다. 둘로 갈라진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이기지 못하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주는 교훈은 분리보다 하나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남북 대치 상황도 흡사 이들 국가들과 비슷하다. 한반도는 전쟁 이후 열강들에 의해 분단이 되고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을 통해 안보를 지켜나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피로 맺은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념의 대립이 심각하고 국가체제가 상이한 남북은 더이상 한 민족이 아니다. 우리는 분리되면 쇠망한다는것을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똑똑히 보았다. 국가에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분리세력이 득세하면 자유주의 질서가 위협받고 이들 나라와 같은 불행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신영복 같은 북한의 영웅이 자유대한민국에서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제라도 우리 역사를 바로 인식하고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산주의 사상과 문화를 전파하는 분리세력을 타파하고 이 땅에 자유주의 물결을 뿌리내리게 하자.

# 호남의길 시민연대 김순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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