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부모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 나서기까지 사흘간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 인 위원장의 말실수로 혁신위 활동이 동력을 잃으면서 조기 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 전체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혁신위 전체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혁신위는 30일 ‘지도부·중진·친윤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한다. 만약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조기 해산의 명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도부와 혁신위 간의 신경전이 정점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 등과 같은 비주류 인사 끌어안기 노력도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의 선택=인요한의 실언으로 갈등 깊어졌지만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지는 않아?

인 위원장은 지난 주말(26일) 당원 행사에 참석해 이준석 전 대표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준석이가 도덕이 없는 건 부모의 잘못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인 위원장은 당시 "한국의 온돌방 문화는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앞서 "준석이가 버르장머리 없지만 그래도 가서 끌어안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것으로 알려져, 당초 발언 의도는 '이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발언이 알려진 26일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하는데 부모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패드립(패륜적 농담)이 혁신이냐"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다음날에도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나이 사십 먹어서 당대표를 지냈던 정치인한테 '준석이'라고 당 행사 가서 지칭한다는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인 위원장은 논란 하루 만에 입장문을 내어 "제가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하게된 것 같다"며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사과 수용여부를 밝히는 대신 페이스북에 SBS 보도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그동안 혁신위원장으로서 하여간 수고하셨다"고 적었다. 지도부가 혁신위의 권고안에 별다른 입장이 없자, 혁신위가 조만간 해체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까지 받게 된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캡처 사진에는 인 위원장이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가 잘못되면 이제 어른이 지적을 받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냥 한마디 한 게 부모님한테 화살이 가서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해서 사과를 합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자막으로 띄워져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이를 두고 "무슨 말인지 솔직히 해석은 어렵다. 그래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며 "그동안 혁신위원장으로서 하여간 수고하셨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정치적 자산이 충분치 않아 탈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어 ‘돌아올 다리’를 아직 불태우지 않았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혁신위에는 무응답하는 지도부, 당무감사 결과에는 발빠르게 대처

게다가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 출범시켜 빠르게 총선 준비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발표한 하위 22.5% 컷오프 권고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다음달 초 혹은 중순에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에 출범시켜 혁신위의 공백을 채우고 국면전환을 노린다는 계획으로 알려진다.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번 총선에 비하면 한 달 정도 앞당긴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빨리 발굴해서 현장에서 빨리 뛰어서 총선에 승리의 확률을 좀더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은 사실상의 ‘컷오프’로 풀이된다. 지도부가 혁신위의 컷오프에 대해서는 무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반면, 당무감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을 결정한 것이다. 혁신위를 대하는 지도부의 입장과는 딴판인 셈이다.

혁신위 의결안을 당 지도부가 곧바로 수용할 가능성 크지 않아

혁신위는 30일 전체 회의를 열어 당 지도부와 일부 친윤계 중진을 대상으로 한 불출마나 험지 출마 권고안을 정식으로 의결할지 논의한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권고안’이 의결되더라도 당 지도부가 곧바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위의 최후통첩을 받아도 당 최고위원회의가 특정인의 불출마와 험지 출마안을 의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권고안은 조만간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겨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위의 핵심 안건이 ‘검토안’ 정도로 미뤄지게 되는 셈이어서, 혁신위가 존재 기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강남 초선 태영호 의원이 당에 자신의 거취를 맡기겠다고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TK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며 혁신위를 지원한 정도가 혁신위의 성과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인 위원장이 부담감을 느껴 조기 사퇴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선거와 혁신이 같이 갈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 당에 총선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서 조기 종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기현의 선택= 3차례 의정 보고회 열며 버티기, 내년 총선 ‘공천권 주도’ 의지 확고?

혁신위는 지난 23일 친윤계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의 ‘용퇴론·희생론’을 띄우면서 ‘최후통첩’의 압박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제동으로 불리는 김기현 대표, 장제원 의원, 권성동 의원 등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울산 지역구를 방문해 하루 3차례 의정 보고회를 여는 등 ‘버티기’를 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친윤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CBS라디오에서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월권적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유 의원은 “혁신위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아니다”며 “혁신 주제에 대한 전권을 줬지만, 혁신위가 그 안을 가지고 최고위원회의에 의결을 요청했을 때 그것을 또 판단하는 것은 최고위인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유 의원의 입장은 지도부 전체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혁신위의 의제를 정하고 혁신위에 의결하는 것에 대해 전권을 준 것일 뿐, 그것이 혁신위의 의결을 무조건 다 받아야 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CBS 김규완 논설위원장은 29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상범 의원이 혁신안은 100% 상정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김기현 대표도 사퇴 의사는 1도 없다’는 내용을 유 의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김 대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는 불출마까지는 각오하고 있지만, 지금 방식으로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당에서는 현재 김 대표가 사퇴하고 불출마하는 조건으로 ‘공천관리위원장’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김 대표가 공천만큼은 본인이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급하게 주도하는 인요한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핵심 혁신안인 ‘용퇴 요구’에 대한 당사자들의 무반응,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인 위원장의 설화까지 겹치면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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