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연임한 조계종 내 고위 인사
칠장사 화재 현장서 숨진채 발견 
현장에서 유서 추정, 메모 발견
조계종 측 "자승스님 입적 맞다"
지난해부터 상월결사 이끌며 전법 매진
…종단 '충격', 30일 장례절차 발표 예정
경찰, 화재 원인과 메모 작성 경위 수사  

자승스님의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 29일 스님이 화재로 입적한 현장에서 발견됐다. [독자 제보]
자승스님의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 29일 스님이 화재로 입적한 현장에서 발견됐다. [독자 제보]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사찰 칠장사에서 29일 오후 6시 50분쯤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이날 입적했다.

30일 조계종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이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에 의해서 법구가 발견됐다. 세수 69세. 법랍 44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고 서울 도심 대형 사찰인 강남 봉은사 회주(큰 스님)인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종단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전날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머물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에 재선된 자승 스님이 지난 2013년 11월 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에 재선된 자승 스님이 지난 2013년 11월 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50분쯤 칠장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첫 신고자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당국은 소방대원 등 60여명을 파견하고 펌프차 등 장비 18대를 동원해 약 3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께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 요사채 내부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교계에서는 화재가 진화되기 전부터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조계종은 화재와 관련해 자승스님이 입적했다고 밤 11시쯤 공식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시신이 많이 훼손돼 있어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원확인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했다.  

현장 인근에선 경찰에게 남긴 메모도 발견됐다. "CCTV에 다 녹화돼있다.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메모에는 '자승'이라는 이름도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종단 안팎에서는 메모 사신이 나돌고 있으며 이와 관련, 종단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필체가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교단에서 스님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경찰은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작성된 과정, 폐쇄회로 CCTV 영상 등을 종합해 면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초저녁인 오후 7시 무렵에 발생한 화재에 자승 전 총무원장이 피신하지 못했거나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또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자세한 화재 원인도 조사할 방침이다.

불이 날 당시 요사채에 자승스님을 포함해 4명이 함께 있었다는 일각의 보도에 관해 조계종은 "CCTV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 스님께서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고 있는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 고위 인사다. 

자승 스님은 2006년부터 2년 동안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 10월 22일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후 2013년에 재선되어 2017년에 2선 임기를 마쳤다.

임기를 마친 후에도 재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정치권 등 여러 방면 인사들과 교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자승스님은 최근까지도 강한 포교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에는 상월결사를 만든 뒤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따르면 그는 입적 이틀전 불교계 언론사와 만난 자리에서도 다음 순례 계획에 관한 질문에 "이제 걷기 수행은 각자 알아서 하면 될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주관하는 순례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직 총무원장의 입적이라서 장례는 조계종 종단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은 30일쯤 장례와 관련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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