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열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1심 판결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의 혐의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과 관련돼 있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사실상 첫 판단이기 때문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1일 오전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속행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1일 오전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속행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이미 기소된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관련한 배임 혐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수수한 자금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된다면 사용처 수사가 불가피하다. 반면 무죄 판결이 나오게 된다면,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강도 높은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김용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1심 판결...이재명을 사지로 몰고간 유동규 증언의 신빙성 여부 입증할 시험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9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 경선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20억 원을 요구하고 6억 원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9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21년 2월 이 대표 경선자금으로 요구한 20억원은 이 대표 몫인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 중 일부”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즉 이 대표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재판에서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등장했던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첫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사지로 몰고가려는 증언의 진위 여부가 처음으로 가려진다는 의미는 막중하다.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 향배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대표 관련 대장동 수사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되는 ‘428억원 약정’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돈을 받아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썼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428억원 수사와 이 대표 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의 대장동 수익 ‘428억 원 수수 약정’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김용, 2021년 유동규에게 이재명 경선자금 20억원 요청?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2월, 유 전 본부장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자금 20억원을 마련해 달라는 전화 요청을 한 바 있다. ‘호남을 돌고 있는데, 경선에 대비한 조직을 정비하는 데 2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원래 정진상 전 정무실장이 김만배씨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씨가 차일피일 미루자,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1일 오전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1심 속행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1일 오전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1심 속행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남욱 변호사에게 얘기를 했고, 남 변호사가 2021년 8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다. 이 사건은 입금 내역 등 물증이 없어 관련자 진술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자금 수수 현장을 목격했다는 정민용 변호사의 증언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2021년 5월 3일 김용이 돈 받아갈 때 해가 쨍쨍”...태양 방위각까지 동원해 입증

특히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은 자금 수수 시점으로 지목된 ‘2021년 5월 3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오후 6시에 돈이 건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햇볕이 쨍쨍하게 비쳤다’는 정 변호사의 증언을 첨부했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시간상 그럴 수 없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태양 방위각과 고도까지 활용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9월 21일 결심공판 이후 법원에 제출해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김 전 부원장 측은 허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재판부에 ‘2021년 5월 3일 오후 6시’와 동일한 태양 방위각·고도에서 촬영된 유 전 본부장 소유의 ‘유원홀딩스’ 회의실 내부 사진을 제출했다. 이 회의실은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고 검찰이 지목한 장소이다. 자금 수수 현장을 지켜본 정 변호사도 “당시 해가 쨍쨍했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진술했다.

골프 연습 시간에 따라 ‘해가 쨍쨍했다’는 증언의 신빙성 엇갈려...펜앤마이크가 검증해보니 ‘그날’의 일몰시간은 오후 7시 22분

반면 김 전 부원장 측은 이같은 검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오후 6시는 낮이 아니고 저녁이다. 회의실과 인접 건물 사이의 간격, 위치 등을 종합하면 정 변호사의 증언처럼 햇빛이 강하게 들이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이 이를 재반박하기 위해 재현 사진을 제출한 것이다.

검찰과 김 전 부원장 측은 돈이 건네진 시간을 놓고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오후 4시 49분쯤부터 2시간 동안 골프 연습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빨라야 오후 7시쯤 사무실로 복귀했을 텐데 정 변호사 증언처럼 해가 쨍쨍할 수 없다”고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은 당시 2시간이 아닌 1시간만 골프 연습을 했으며 오후 6시쯤 사무실에 복귀했다”고 다시 반박했다. 또 이를 입증하기 위해 유 전 본부장과 함께 골프 연습을 한 정 변호사의 기록 등을 제출했다.

유 전 본부장의 골프 연습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돈이 건네질 때 해가 쨍쨍했다”는 정 변호사 증언의 신빙성이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펜앤드마이크가 ‘생활천문관’ 사이트에서 2021년 5월 3일 성남시 대장동을 기준으로 일몰시간을 검색한 결과, 19시 22분으로 확인됐다. 일몰시간을 감안하면 오후 6시라 해도 ‘해가 쨍쨍했다’는 정 변호사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몰시간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5월 3일의 일몰시간을 검색한 결과, 19시 22분으로 드러났다. [사진=생활천문관 캡처]​
​일몰시간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5월 3일의 일몰시간을 검색한 결과, 19시 22분으로 드러났다. [사진=생활천문관 캡처]​

김용이 드러낸 치명적 의혹, 결백하다면서 5월 3일의 알리바이를 조작

자금이 건네진 시간을 두고 검찰은 태양 방위각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은 ‘김 전 부원장이 범인이 아니면 취하지 않을 범행 은폐 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이다. 김 전 부원장은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알리바이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은 검찰이 최초 정치자금 수수일로 제시한 2021년 5월 3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이모 씨에게 ‘본인을 만난 것처럼 위증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그날 김 전 부원장은 수원에 있는 이모씨를 만나지 않았고, 유원홀딩스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기록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 전 부원장이 떳떳했다면 알리바이를 조작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30일 1심 판결에서 유죄 선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는 김 전 부원장이 ‘6억여원을 수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집중돼 있지만, 유죄가 나온다면 결국 그 돈의 사용처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결국 검찰의 칼끝은 이재명 대표를 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최측근이라고 인정한 김 전 부원장이 6억여원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수수했고, 그 돈을 경선자금으로 썼다면 이 대표가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이 대표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악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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