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고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반대한다.2023.11.09(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고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반대한다.2023.11.09(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노란봉투법이란 무엇인가?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일부 개정안을 가리킨다. 이런 식으로 특정 법률의 일부 개정에 대해 별도의 명칭을 붙이는 예는 드물지 않다. 예컨대 「국회법」의 일부 개정에 대해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지칭한 예도 있고,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에 대해 ‘대북전단금지법’이라고 불렀던 것도 그러하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2014년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게 47억의 손해배상이 청구되고, 법원이 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한 시민이 4만 7천원을 노란봉투에 담아서 전달하면서 10만 명의 후원이 모이면 47억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노란봉투법의 출발점인 셈이다.

이후 노란봉투법은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뜨거운 찬반 속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던 법안이 제21대 국회에서는 노란봉투법에 해당하는 12개의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 대안으로 정리되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것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12개의 노란봉투법안들을 보면, 사용자의 범위 확대, 근로자의 범위 확대, 불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등이 다양하게 제안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불법의 정당화’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여 환경노동위원회의 대안으로 마련된 노란봉투법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안(이하 노란봉투법은 이를 지칭함)은 크게 4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 개념과 관련하여 제2문을 신설하여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제2조 제2호의 제1문은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 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이에 추가하여 신설된 제2문은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였다.

둘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5호에서 노동쟁의의 개념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변경함으로써 쟁의행위의 대상을 크게 확장하였다. 기존의 제5조는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노동관계  당사자”라  한다)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 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했는데,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근로조건으로 바뀐 것은 쟁의행위의 대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 제2항을 신설하여 노동조합의 활동과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였다. 신설된 제2항은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손해배상책임을 크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 제3항을 신설하여 노동조합의 활동과 관련한 신원보증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였다. 신설된 제3항은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였는데, 이는 근로자의 신원보증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다.

진전없는 '노란봉투법'…새해 노-정 갈등. 2023. 1. 3.(사진=연합뉴스TV)
진전없는 '노란봉투법'…새해 노-정 갈등. 2023. 1. 3.(사진=연합뉴스TV)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 개념 확장과 그 문제점

노란봉투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사용자 개념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종래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그리고 하청기업 근로자의 삼각관계에서 하청기업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원청기업의 책임을 더 크게 인정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원청기업이 사실상 하청기업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으며, 하청기업 근로자들이 하청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근로계약의 실질적 상대방은 하청기업이 아니라 원청기업이라고 볼 경우에는 이러한 주장도 나름의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최근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사이의 분쟁에서 이를 인정한 제1심판결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근로계약의 실질적 주체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근로계약의 실질적 주체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근로계약 자체에 대해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해서 지배⋅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결정적인 차이점이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을 지배⋅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원청기업이라면 하청기업이 아닌 원청기업이 사실상의 근로계약 당사자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자체를 지배⋅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청기업과 하청기업과의 관계에서 하청의 조건을 정하는 것은 당연히 하청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임금이라던가, 만기일에 따른 노동력의 수요 및 노동강도라던가, 이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에는 거의 모든 하청에서 원청기업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청제도의 본질에 맞는가? 이렇게 할 것이라면 굳이 하청이라는 제도를 둘 이유가 있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범위에는 원청기업 외에도 다양한 개인이나 단체, 심지어 국가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정책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근로자들의 업무방식이 달라지는 경우라면 이들도 사용자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조건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전체 법질서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청기업이 하청을 기피하게 만들고, 심지어 하청을 주느니 자회사를 하나 만드는 편이 낳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인데, 과연 이런 제도가 하청기업 근로자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오히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결과가 사람을 쓰는 대신에 키오스크 등의 기계로 인력을 대체하게 되었듯이, 하청 자체의 기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노란봉투법 시행 촉구. 2023. 11. 11.(사진=연합뉴스TV)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노란봉투법 시행 촉구. 2023. 11. 11.(사진=연합뉴스TV)

노란봉투법에 따른 쟁의행위 대상의 확대와 그 문제점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 개념의 확장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 쟁의행위의 대상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 개념을 확장한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체결과 관련해서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한 변화의 폭이 매우 작아질 것인데, 쟁의행위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근로조건’으로 바꿈으로써 그 대상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쟁의행위는 애초에 단체교섭을 전제로 하며, 단체교섭의 상대방은 사용자이다. 그런데 사용자 개념의 확장을 통해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넓혀 놓았을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결정, 즉 근로계약의 체결 등에서 단체교섭이 불발된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조건에 대한 주장의 불일치가 있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쟁의행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노란봉투법의 문구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도 사용자가 될 수 있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나 외국인 투자자 등의 영향력이 근로조건에 크게 작용한다면 이들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도 가능하다. 그러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받는 기업의 근로자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것인가?

헌법상 근로삼권의 본질은 근로자를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최대한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사용자의 편도 아니고, 근로자의 편도 아닌 중립이다. 단지, 어느 한쪽이 과도한 힘을 가지고 이를 오남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막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에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노동삼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 귀족노조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노조가 회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근로삼권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정의는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기준과 범위 내에서 노사가 타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헌법상 근로삼권의 본질에 부합하는 노동관계법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노동운동이 매우 심한 억압을 받았고, 그런 가운데 노동운둥과 민주화 운동이 결합하면서 노동운동의 정당성이 크게 강화되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이미 36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노동운동의 민주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다. 헌법에 부합하는 노동법은 노사의 균형 및 합리적 타협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노란봉투법에 따른 쟁의행위 대상의 과도한 확대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6일 정부대전청사 남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중리네거리로 이동, 대한통운 대전지사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2009.5.16(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6일 정부대전청사 남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중리네거리로 이동, 대한통운 대전지사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2009.5.16(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개별화 및 신용보증 배제의 문제점

그밖에 노란봉투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개별화 및 신용보증 배제의 문제점도 간단치 않다. 얼핏 보기에는 과거의 법안들에서 불법파업 등에 대해서까지 면책을 요구한 것에서 많이 후퇴한 것이지만, 그 실질은 결국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불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법적인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라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항에서는 불법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법적인 노조활동에 대해서까지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랬을까?

둘째,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은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십, 수백 명이 집단적으로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을 때, 개개인의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이는 사실상 불법행위의 대부분을 면책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셋째, 정당한 쟁의행위는 현행법에 의해 면책된다. 그런데 불법적인 쟁의행위까지도 사실상 면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노조를 불법의 와중에서도 보호되는 특권집단으로 만드는 것이 된다. 이러한 태도가 헌법상 근로삼권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그리고 노조활동에 대한 신원보증의 배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그 의도는 노조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신원보증인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며, 결국 이 조항을 통해 노조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꼴이 된다. 만일 신원보증인에 대해 과도한, 혹은 불합리한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된다면, 그 부분에 한정해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며, 노조 활동에 관해서는 무조건 책임을 면제한다는 것은 역시 노조는 특권집단이기 때문인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사진편집=조주형 기자)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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