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같은 ‘정치괴물’이 탄생하는 이유

지난 19일 광주에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암컷" 발언이 나온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 왼쪽부터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최 전 의원, 김용민 민주장 의원, 민 의원. [유튜브 채널 '나두잼TV' 화면 캡처]
지난 19일 광주에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암컷" 발언이 나온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 왼쪽부터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최 전 의원, 김용민 민주장 의원, 민 의원. [유튜브 채널 '나두잼TV' 화면 캡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를 지내는 등 대권주자로서 황태자 코스를 밟았지만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했다.

두가지 때문이다. 첫째, 이해찬 같은 사람을 정점(頂点)으로, 민주당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 종북 좌파들의 거부감이다. 그는 대학생 시절 운동권이 아니었고, 정치에 투신하기전 오랫동안 동아일보 기자를 했다.

본격적인 대선후보 경쟁을 하기전부터 민주당에서는 그의 우파적 성향 내지 부르조아 근성을 지적하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여론이 조성됐다.

둘째는 엄근진(엄숙 근엄 진지이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는 그의 캐릭터다. 매사에 엄숙 진지하고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따르기가 쉽지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품성은 이런 엄근진이었다. 유교의 신언서판(身言書判)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동양사회는 물론 서양에서도 절제와 품격이 정치인의 최우선 덕목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이른바 ‘3이 정치를 이끌 때 까지는 그랬다. 3김 중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끔씩 파격행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절제와 품격이라는 기존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고 대통령이 된 200216대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정치풍토를 크게 바꿔 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정치역정과 비극적인 죽음까지 모든 것이 파격 그 자체였다.

대법관에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 후보는 엄근진그 자체였던 반면, 노무현 후보는 모든 면에서 그 대칭점에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민주당의 모습을 설명하는 팬덤정치는 당시 대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시작됐다. 극단적인 갈라치기, 상대를 악마로 규정하는 무자비한 공격, 가짜뉴스와 포풀리즘이 난무하는 선동 등등.

최근 암컷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이런 팬덤정치가 만들어 낸 기형아(畸形兒) 내지는 괴물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권을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독재자에 비유해 비판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정작 암컷발언을 통해 연상되는 그의 모습은 영락 베트맨영화에 나오는 돌연변이 악당, ‘펭귄맨일 뿐이다.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본보기다. 반대로 아이들이 모습은 어른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 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난잡하기 짝이 없는 정치판, 국회의 모습은 지금 초등학교 교실에서 까지 그대로 흉내내어 지고 있다. 중 고등학교에서 반장선거를 해보면 정치판의 험한 말들이 조금도 여과되지 않고, 아이들의 입에서 난무한다고 한다.

적폐탄핵같은 단어는 기본이고, ‘학교의 기득권 세력’ ‘토착왜구’ ‘홍어는 물론 학핵관’ ‘수박같은 단어에 찢어버리겠다는 말까지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몇 달전, 부산과 광주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간 게임을 앞두고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응원창에 전날부터 시작해 게임 직전까지 양팀 모두 무려 2억개가 넘는 사상 초유의 클릭전쟁이 벌어졌다.

양 지역의 초·중등생들이 밤새 클릭전쟁을 하느라 다음날 교실마다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수능시험 최상위권만 갈 수 있는 서울법대를 나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조선시대로 치면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신언서판에 정계입문 전 인권변호사활동까지 했다는 그가 암컷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되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몰랐을 리가 없다.

암컷발언이 나왔던 행사의 동영상을 보면,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박수를 친다. ‘우리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상대편에 대해서는 온갖 막말, 욕설조차도 서슴치 않는 것이다.

마약중독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은 점점 더 수위가 높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최강욱과 같은 정치인은 이어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한국의 팬덤정치는 상대 편에 대한 우리 편의 증오와 분노를 최대한 증폭시켜서 전쟁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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