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태어난 용인 애버랜드의 쌍둥이 판다 모습
지난 7월 태어난 용인 애버랜드의 쌍둥이 판다 모습

 

한국에 오는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인 남이섬의 행정구역은 강원도 춘천시다. 남이섬 바로 옆에 자라섬이라는 또 다른 섬이 있는데, 이곳은 경기도 가평군이다.

빼어난 풍광에 원조 한류드라마, 겨울연가의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유명 관광지가 된 남이섬 못지않게 자라섬의 경치도 일품이다. 그래서 자라섬에서도 매년 여름이면 국제 재즈페스티벌 같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남이섬과 자라섬의 모습은 완전히 딴판이다. 남이섬에는 온갖 시설, 심지어 수백개의 방이 있는 호텔까지 있지만, 자라섬에는 고정된 인공 시설물이 없다. 수도권 규제 때문이다.

청평댐이 북한강 물줄기를 막아서 생긴 같은 인공섬, 불과 수백미터 거리지만 자라섬은 수도권인 경기도에 있기 때문에 온갖 규제가 적용되고 남이섬은 비수도권, 강원도이기 때문에 호텔까지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서울 등 수도권 밀집현상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4년제 대학의 신규 설립까지 불허되는 상황이다.

수도권에 대한 총체적, 밀집규제는 적지않은 효과를 봤다.

평일 아침, 출근시간대 경부고속도로 신갈IC 부근의 모습을 보면, 남쪽으로 내려가는 하행선이 서울로 올라가는 상행선 보다 교통량이 훨씬 많고 정체도 심하다.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서울쪽으로 출근하는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수도권 규제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지역은 충청남도다. 각종 기관이나 기업공장이 수도권 규제를 피해 가장 가까이 내려간 곳이 천안 아산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충남이 전국 시·도중 오랫동안 지역총생산(GRDP) 성장률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 휴전선 서쪽을 북()40km 정도만 밀어 올렸으면 소원이 없겠는데...”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파주쪽 휴전선과의 거리는 불과 40km, 오늘날 말하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안보리스크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1970년대에는 북한이 군사력에서 남한에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기 때문에 김일성이 어느날 갑자기, 6·25와 같은 기습남침을 한다면 20km 정도는 단숨에 남하해서 서울을 야포(野砲) 사정거리에 두고 대포를 쏘아댈 수 있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 한미 연합군이 매년 실시하는 전면전을 가상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워게임에서는 개전 초기에 일산신도시가 적의 수중에 들어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수도권에 너무 많은 인구와 자원이 몰리지 않도록 수도권 규제를 도입하고 충남 공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이는 훗날 야당과 좌파들에게 균형발전론이라는 무기를 쥐어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자신의 말대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지난 7월 경기도 용인의 애버랜드에서 쌍둥이 판다가 태어났다. 몇 년전 중국에서 들여온 판다 부부의 두 번째 출산이다.

야생에서 판다는 쌍둥이를 낳으면 둘다 키우지 않고 한 마리는 젖을 먹이지 않는 등 도태시켜 버리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애버랜드는 국제적으로 엄청난 보물인 쌍둥이 판다 두 마리를 모두 키우기 위해 자연포육과 인공포육을 병행했다. .

열흘씩 교대로, 한 마리는 엄마 판다가 젖을 먹이면서 새끼를 키우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사육사들이 분유를 먹이고 배변까지 시켜준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면 새끼를 바꾼다. 4개월여 동안 이렇게 완벽하게 같은 조건에서 키웠지만 현재 쌍둥이의 몸무게는 10% 이상 차이가 난다.

대한민국이 수도권 위주의 성장을 하게된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었다. 미국처럼 자원과 인구가 분산돼있지 않고, 조선과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현재의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상황에서 서울이 압축성장의 무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수도권은 오늘날 세계각국과 대결하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이자 국가대표 선수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비대화에 따른 폐해를 막기위해 각종 규제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서울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요구하는 것 또한 정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수도권 발전을 위해 지방을 희생시켰다거나, 수도권과 지방이 어느 한쪽의 것을 빼앗아야만 서로를 이길 수 있다는 식의 제로섬게임논리는 억지에 가깝다.

경기개발연구원장에 전국 시·도연구원협의회 회장을 지낸 경제학자 좌승희 박사는 지방균형발전을 주제로 한 한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처럼 압축적 경제개발을 하면서 국토공간 사용이 바둑판에서 여기저기 골고루 돌을 놓으며 포석을 하듯 될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균형발전론자들과 맞서기도 했다.

오늘날 수도권의 모습을 비판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으로 비화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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