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서울편입 문제와 수도권 선거를 보는 시각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유권자는 아파트 동대표나 부녀회장이다.

그래서 선거때가 되면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 되려는 후보자는 당원조직 보다는 부녀회장과 동대표를 포섭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금품선거가 이루어지던 시절. 부녀회장이나 동 대표에게는 최소 수백만원의 돈이 건네지기도 했고 이로인해 처벌받은 사람들도 적지않다.

아파트 동대표나 부녀회장은 주민들의 실생활과 관련한 권한을 많이 갖고 있다.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동대표나 부녀회장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

동 대표나 부녀회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엘리베이터에 “우리 아파트에서는 0월0일부터 아래와 같은 사항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써 붙이면 절대 복종해야만 한다.

괜히 “나는 승복 못하겠다”고 대들어서 부녀회장, 동대표에게 찍히면 본인 뿐 아니라 자녀들까지 동네에서 ‘왕따’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대표나 부녀회장 보다는 통장(統長)이 관할하는 주민, 인구수가 훨씬 많지만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이 약한 편이다. 게다가, 통장은 준공무원 신분이기에 선거개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동대표나 부녀회장이 특정 후보를 미는 것은 자유다. 예컨대, “우리 아파트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00문제를 적극 해결해주기로 한 000 후보를 밀기로 했습니다.”라고 하는 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이런 사안이 대부분 평소 주민들이 바라는 민원이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표가 좌우되기도 한다.

특히 서울에서 출마하는 후보자가 아파트 부녀회장이나 동대표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부탁은 “제발 우리 아파트 가격좀 올려주세요”다. 강남구나 서초구, 송파구 등 초고가 아파트가 밀접한 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그렇다.

“위치나 모든 면에서 우리 아파트 단지가 옆 단지보다 가격이 낮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횡단보도나 공원설치 같은 민원을 풀어 놓는다. 이런 현상은 강남보다 아파트 가격이 한창 낮은 서울 강북지역 특히 중랑 노원 강북 도봉구 은평구 등에서 두드러진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아파트는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자산이기에, 더구나 빚까지 안고 장만한 것이기에 아파트 가격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아파트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선거민원은 아이들의 학군(學群)이다. 같은 구청, 학군에 살아도 선호하는 고등학교가 뚜렷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김포시에서 시작된 서울편입 열풍이 고양 구리 광명 광주 남양주 부천 성남 의정부 하남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도시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시 뿐 아니라 원하는 다른 수도권 지역도 서울편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표를 좌우할 최대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한강을 경계로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눠 한강이북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든다는 공약으로 보수표심이 강한 경기 북부에서도 재미를 봤다.

하지만 서울과 접경한 경기북부 지역에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대신 차제에 서울시민이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3일 경기도가 갈갈이 찢겨져 서울로 흡수될 지경에 처하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포시민들은 물론, 서울 상암동 바로 옆 고양시의 한 동네에 살면서 바로 옆 서울의 고등학교를 놔두고 버스로 30분이나 걸리는 고양 변두리 학교를 다녀야 지역 주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민주당 또한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는 ”선거를 겨냥한 저급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해당지역의 주민, 유권자들이 염원이다 보니, 비판의 수위를 높이거나 반대입장을 공식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해당 지역의 민주당 의원 그 누구도 봇물 터지듯 불거져 나오는 지역구의 서울편입 요구를 비판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그의 지역구인 경기도 양주시는 서울 편입과 관련없는 곳이다.

문제는 서울확장론의 부작용이다. 김포시를 제외하면 도시 전체가 서울로 편입될 가능성은 전혀없다. 예컨대 고양시만 하더라도 서울 상암동과 붙은 지역 일부의 이야기 일 뿐이다.

그런데도 광명이나 구리, 부천시 같은 지역에서는 그들의 희망대로 마치 시 전체의 서울시 편입이 추진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추후 적지않은 부작용 내지 후폭풍이 예상되는 문제다.

국민의힘과 서울시, 행정안전부가 최대한 빨리 정확한 입장과 정책을 만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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