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19일 WP 기고문서 연일 비판
"이스라엘 국민의 고통은 오만함의 대가"
"정치적으론 하마스 승리중"
"이스라엘 국민 현 정부에 책임 물어야"
"확전시 이스라엘 핵 의지할수도"
"하마스의 무조건 인질 석방
...이스라엘엔 팔 난민 피난처 설치" 제안

유발 하라이 히브리대 교수. [연합뉴스]

2011년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역사적 통찰을 담은 저서 '사피엔스'를 출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유대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47)가 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하라리 교수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목적은 중동 지역 평화 무드의 차단에 있다고 우선 하마스부터 비판했다. 

하라리는 하마스가 평화를 막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번 전쟁을 시작했다며 그 근거로 공격 당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적 평화협정 체결이 다가오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하라리 교수는 "(중동 지역) 평화와 관계 정상화 전망은 하마스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며 "하마스는 1987년 창설 이후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비타협적 무장 투쟁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등으로 시작된 양측의 전쟁으로 당시 진행되고 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평화협정 논의도 중단됐다. 

"하마스의 목적이 이렇다면 하마스가 상대방을 '녹아웃' 시키는 수준으로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이 하라리 교수의 판단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10년 넘게 온건한 팔레스타인 세력과 평화를 이루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를 포기하고 점령지에 대한 매파적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유대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우익 메시아사상도 수용했다"고 하라리 교수는 지적했다.  

하라리 교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돕고 있다"며 "네타냐후 정부가 명확한 정치적 목표 없이 이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하라리 교수는 앞서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 체결을 전면 거부하고 오슬로 평화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 하마스가 저지른 만행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스라엘 국민은 수년간의 오만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이 기간에 정부와 이스라엘 국민은 우리가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그들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 “이스라엘의 역기능을 진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부도덕이 아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수년간 이스라엘은 무능한 총리이지만 포퓰리즘의 대가인 스트롱맨 베냐민 네타냐후의 통치를 받았다. 그는 여러 차례 국가적 이익보다 개인적 이익을 더 추구했고 국가를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하라리 교수는 "그는 사람들을 요직에 임명할 때 자격보다는 충성심을 따졌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모든 성공에 공로를 인정받으려고 했다. 진실에 귀를 기울이거나 진실을 말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갖는지 관계없이 이스라엘을 부식시킨 포퓰리즘이 전 세계의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경고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하마스에 대한 승리를 확보하면 이스라엘 국민은 현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적 음모와 메시아적 환상을 버리고 국내에서는 민주주의 해외에서는 평화라는 이스라엘의 건국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라리 교수는 19일 기고문에서 하마스 우호 세력이나 국가가 참전해 확전을 거듭하면 핵무기가 동원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와 다른 이란 동맹들이 수만개의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자위 수단으로 핵무기에 의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든 진영이 성서의 환상과 절대적 정의 요구를 버리고 현재의 갈등을 완화하면서 평화와 화해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 촉구하며 그 일환으로 하마스가 조건 없이 즉각 인질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들의 대피를 이집트가 거부한다면 이스라엘이 자국 땅에 가자지구 시민들의 피란처를 마련하고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 구호기구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라리 교수는 "이런 조치는 팔레스타인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동시에 전투지역에 갇힌 민간인을 줄여 이스라엘 방위군이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의 정치적 목표는 평화와 정상화를 위한 기회를 파괴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목표는 평화의 기회를 보존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라리 교수는 역사학자이면서도 단순한 역사 연구가 아닌 생물학과 역사학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 넓은 연구를 하고 있다.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역사 속 개인의 행복의 문제 등이 그가 다루는 주제다. 

한국에서는 그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사피엔스의 후속작 '호모 데우스', 사피엔스 3부작의 마무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외에도 '극한의 경험', '대담한 작전' 등의 저서를 내놓았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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